번쩍번쩍 소리도 없는 번개에 놀라 깨였다.
아니면 동반되는 천둥 소리를 듣지 못했을까?
컴퓨터를 켜 놓은 상태에서 잠이 들었던 지라
컴퓨터의 불빛이라고 잠결에 꺼야지 꺼야지 했는데
그것이 번개였더라.
어젯밤 남의 남자를 탐했더니 하느님도 나에게 죄를 물으시려 하시나?
도둑이 잠시 제발도 절여가며
"쬐께 용서해주시구려, 상상속에서만 그러는줄 아시잖아유"
하나님에게 애교도 떨어가며...ㅋㅋㅋ 이 혼자있는 새벽, 그리고 수다, 넘 조타.
어찌 해 쓰꺼나?
이 새벽에 깨어 몇 페이지 남지 않은 김연수를 읽는데
"한없이 미워해 보지도 않고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것도 한결같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런 경우 필경 둘 중 하나다.
사랑하지 않거나 죽었거나."(지지 않는 말 p277)
오메,써글.
글면 지금까지 몇 십년, 몇 번쯤 사랑했다고 믿고 있던
내 눈물나는 절절한 사랑의 역사를 인정할 수 없단 말씀이랑껴?
김연수, 그대의 망발에 왜 내가 자꾸 찔려야만 하는 겨?
그래서 김연수 땜시 이 귀한 새벽에
(소나기처럼 가을비가 쏟아지더니 이젠 그쳤다.)
이렇게 쓰달떼기 없이 잠시 내 사랑의 역사를
반추해보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된다.
내 사랑의 수많은 질곡의 역사를 더듬어 보니
거진다 짝 사랑이었다. ㅋㅋ 딱 한 번만 빼면,
(언젠가 이것도 발설할 날이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것도 한 번 시작했다 하면 3년 4년 5년...ㅋㅋㅋ
혼자 줄창 사랑한 것 같았는데 그래서 크게 상대에 대한 미움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그럼 나는 사랑을 하지 않은 것인가?
난 병적으로 스킨 쉽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아마 외할아버지의 의해 키워져서
외할아버지와 간난아이였던 나 사이에 뭔가 있었을까
심리학책을 읽다보니
그런 망심도 생기고
(사실, 한번 이 분야에 대한 최면치료를 받아보고 싶기도 하다.)
바쁜 엄마가 어린 나를 잘 돌보지 못했지 않았을까 내심
내가 연민스럽기도 하고...
어쨋든 아직도 그녀들이 나를 안기라도 할라치면
도망부터 치든가, 가슴이 쬐께 쪼그라지며 내 몸이 긴장하는 걸 느낀다.
그런 내 모습이 웃으워 그녀들은 쫄라 나를 안으려고 기를 쓰기도 하고
그런 놀이에 빠져
나는 과장된 거부를 하기도 한다. ㅋㅋ
암튼 그런 내가 한 20살 때 쯤 이었나.
처음으로 친구와 (물론 여자친구) 어딜 가는데
그 친구가 살그머니 내 손을 잡드라.
(그때까지 내가 누군가에 의해 손을 잡혀본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좀 내가 심한게 아닌가. 아님 내 기억력의 한계인가...)
근데 그것이 그렇게 좋더라.
따뜻하고, 가슴 떨리고, 오래오래 그러고 싶고...
내가 딱히 좋아했던 친구도 아니고
그저그런 한 동네에 살던 왈가닥 루시같던 친구였는데 말이다.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면
그때의 따뜻함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것 같단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처럼 내가 스킨 쉽에 약한 사람이어서 그랬을까
어느 날 말이다.
시드니에 살고 있었을 때
잠시 내가 한국에 들어오려고 비행장으로 출발하기 직전
어떤 머시마가 이별의 인사로 나를 퍽 안아버리더라.
대로변, 택시앞에서...
화들짝 놀라기는 했는데 그때 그것이 환장하게 좋더라.
왜냐?
내가 그 머시마를 속으로 엄청 좋아했거든...
이젠 이말 하지않아도 내 수다에 몰린 그대들은 짐작들 하셨을 끼라.
그 머시마와 나는 1년 쯤 아니 2년 쯤 동거를 했던 아이였다.
동거라하면 같은 집에서 살았다는 말이지 같은 이불을 덮었다는 말이 아닝께 오해하지 마시람.
시드니에선 유학생들끼리 경비를 줄이기 위해
집을 한채 빌려 사는 경우가 흔했을 때다.
그때, 그애와 또 한 놈 그렇게 셋이서 얼마나 알콩달콩 살았었는지...
내가 맛있는것을 주로 만들고
그애들은 시장도 봐다주고 청소도 하고
함께 술도 마시고 놀러도 다니고, 다 내 동생들이었다.
근데 어느 날 밤,
아르바이트로 관광 가이드일을 하러 나간 그 머시마가 외박을 했는거라.
밤새 거짓말 안보태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왜냐면 그 팀에 아주 예쁜 미인이 인솔자라는 사전정보를 입수했던 참이라 내심 은근히 걱정스러웠는데...
그날 밤 사단이 난거라.
One night stand 뭐 그딴거였나?
그리고 그 뒤로 그 머시마는 그녀와 결혼해 아직도 호주 어딘가에 살고있다.
물론 언제든 아직도 카톡 안부를 물으며 살고 있기는하다.
가령
"퀸 빅토리아 빌딩 지하 딤섬 먹고 싶다.
본다이 비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한 번 가보고 싶다.
혹은
코리아식당 갈비구이가 먹고 싶고
캔터베리 "장터"(술집이름)의 제비추리가 먹고 싶다.
등가 하는 주로 먹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에공, 포옹이야기가 이렇게 먹는 이야기로 까지..ㅎㅎㅎ
근데 난 그때 그 머시마가 하나도 안 밉더라.
사귄것이 아니어서 그랬나, 오히려 안쓰러웠다고나 할까?
치명적인 숫컷의 오류, 뭐 그딴 걸로 그의 죄(?)를 치부해 버리고 말았는 거라.
근데 그 옆지기년이 왜케 미웠었는지...
하룻밤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는 그 여자의 정조관념이 심히 의심스러웠고
다분히 이 모든 사단은 그녀의 요망한 미모에 있다고
백치미에 있었다고 지금도 속이 꼴린다...
근데 내 속도 모르고 그 머시마는 그녀를
나한테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켰을 뿐만아니라
한집에 살게 했단 말이시...
열나게 지네는 한방 쓰고... 난 뭐여?
도저히 못참겠다 집을 뛰쳐나와
거나한 시드니 한 복판, 이십 몇층짜리 화려한 스튜디오로 옮겨 혼자 살고 말았지만...
이렇듯 내 인생은 아직도 몇 편의 삼류 짝사랑 이야기할꺼리 들은 많지만...차차!!!
그럼 내가 경험한 나의 사랑들은 사랑이 아니단 말인가?
어떤 여자와 같이 있는 그넘과 굿나잇 작별을 하고
한 숨도 못자고 새벽녁에 그들이 있었던 자리를 확인하러 나오고야 마는 또라이 같은 내 이야기도
사랑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 넘이 말도 되지않는 이유를 대며
나에게 지랄을 떨어도
수없는 여자들을 즐기는 카사노바 같은 느끼함을 보여도
꼭 전날 밤 격렬하게 보냈을 것으로 짐작되는 꾀죄죄한 모습의 그 넘을 확인해도
등등...
그 모습이 한결 같이 예쁘기만 한 것은
이런 것은 진정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그럼,
나는 죽은것인가?
아니면
애초 내 것이 아니었씅께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아이고, 김연수 땜시 머리 아프당.
자, 오늘 부터
이제부터
난 내가 사랑하지 않거나, 죽은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 가부간
결정을 내려야 것다.
아직도 잠 못들고 끊임없이 연서를 남발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김연수의 총명함에 갈채를 보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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