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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1. 7.

"우리가 이런 것들을 보고 듣든, 그렇지 않든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거나 진정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만 모든 것을 흘려보내는 게으른 습관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 테드 휴즈는 끊임없이 환상이 아니라 경험에 대해 얘기한다.

시는 공상과 몽상으로 씌여지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씌어진다는 말이다.

습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처음 보는 것인양 생생하게 볼때,

그저 흘리듯 듣는게 아니라 귀를 기울여 들을 때, 시가 생겨난다는 뜻이다.

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온몸을 모두 던져 우리 외부의 시적인 것을 감지해야만 그 시는 언어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몸이 생각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셈이다.

 

나는 상상이란 이 처럼 몸이 생각을 다한 곳에서 일어나는  뭔가라고 생각한다.

뭔가를 상상한다는 것은 자기가 몸으로 알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본다는 얘기다.

그건 다시 말해서 자기가 어디까지 아는지 몸으로 겪어 본 뒤에야 상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기가 경험할 수 있는 그 끝까지 가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막한 벽이 나온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은 바로 거기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많다면 굳이 상상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이상의 것들은 김연수가 미국 시인 테드 휴즈의 '시작법'이라는 책의 구절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며 끌어낸 김연수식 시작법의 기초인 것 같다.

 

 

요즈음 내가 사진찍기를 통해

(물론 그 전에 줄창 찍어 댓기는 하지만) 

바로 김연수가 말하는

"습관적으로 보는게 아니라 처음 보는 것인양 생생하게 볼때,

그저 흘리듯 듣는게 아니라 귀를 기울여 들을 때"

이전에도  존재해 왔으나

 마치 처음인 것처럼 생생하게 인지되는 모든 사물들, 생각들을

경험하는 놀라운 상태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

비루하고 약해빠지고 어쩌면 황폐하기 까지 한 한 영혼의 고독과 마주쳤을 때

섬광처럼 저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느꼈던 그 순간의 경험과 똑같이

어떤 사물을 만나

사물의 고유한 모습의 한 조각을, 한 비밀을 감지한 순간

나와 사물과의 거리가 없어지고

그가 나이고 내가 그인것 같은 동질감이 찾아들때

비로소  탄생되는 절묘한 탄식,

그것이 바로 '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사람을 향한 그런 자세가 "사랑이라면

사물을 향한 이런 자세는 '시'일것이고

그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영혼의 맞다음 그런 것이 아닐까?

 

사실,

나는 끊임없이 시인이 되고 싶었다.

아주 꼬맹이였을 때 부터...

 

절묘한 언어의 진수로 표출되는 생의 비밀을 노래하는,

단어 한 마디의  품새로  안을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향한 노래를

내가 그릴 수 있다면...

 

뭐 그런 황당무게한 꿈 말이다.

 

여전히 지금처럼  아주 어렸을 적 부터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구분짓지 못하는 상상속의 아이였다고 할까?

이건 절대 나를 미화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주구장창 읽어대던 시들은 한결같이

슬프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시들이었다.

 

특히나 한하운의 시들에 푹빠져 그의 비극이 나의 비극인 것처럼

오상순의 품새에 빠져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인 것 처럼

예이츠에 빠져 그의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탐하며

하이네의 연애시를 통한 미래의 사랑에 대한 동경들을 꿈꾸며...

 

뭐, 그런데 살다 보니

이런 꿈들은 내 현실을 장식하는 꽃들에 불과했고

그 꽃들을 감상하는 내 품새에 대한 고상함에 오만했고

내거일것 같은 언어의 묘미들을 만났을때의 열등감은 

나로부터 내 오랜 꿈을 탐할 수 있는 자신감을 앗아가더라...ㅋㅋㅋ

솔직히 스스로 부끄러워 감히 아니 열등하여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가 더 솔직한 표현...

 

그런데, 요즈음 내가 달라졌다.

뭔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 강렬한 열망,

뭔가 될 것 같은 이 긴 착각,

나는 마약에 취한 것 같다.

 

그 마약의 종류는 무엇일까? 

참 많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는

그냥, 나이고 싶다는 것이다.

 

모자라면 모자란데로, 넘치면 넘치는 데로

그렇게 내 꼴데로 사는 것,

그것이 시인이든, 소설가든, 식당아짐이든, 혹은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닌 나 일지라도

"내가 꼴리는 데로 살면 되는 것 아녀"라는 이 무대뽀의 비극!!!

 

그래서

어느 날,

내가 쓰고 싶은 시,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내가 빚고 싶은 도자기,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소설,

내가 꿈꾸는 내가 되었으면...

 

이건 분명

환각의 절정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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