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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내가 나를 찍고 있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1. 6.

 

 

 

 

 

 

 

 

 

 

 

 

 

 

 

 

 

 

 

 

 

 

 

 

 

 

 

 

 

 

 

참, 나는 내가 궁금하다.

도대체 나의 얼굴은 몇 개 일까?

남이 보는 나는 어떤 색깔일까?

타인에 대한 궁금증보다

아니 세상의 그 무엇에 대한 호기심보다

나는 나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하다.

 

알다가도 모를  수십개, 아니 수백개의 나의  다른 모습들...

분명 한 것은

내 안에 어떤 화산과  같은 것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순해 보이는 얼굴에

아직 폭발하지 않은 화산이  숨어 있다니...

 

그러니까 하재봉이 '안개와 불'이라는 시를 세상 밖으로 들여 놓았을 때

나는 내 안의 어떤 것들이

하재봉이 말하는 '화산' 이라는 것을 알았다.

 

 

" 한 뼘 내 가슴속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화산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

 

사실 이 시는 신화 어쩌구 저쩌구 하는 해설들이 분분 하지만

난 내 입맛에 딱 맞는 이 구절을 만났을 때 직감적으로

사람마다 가슴 저 밑바닦에 숨어 있는 화산같은 것들

언제 폭발할 지도 모르는 그것들을 노래하는 시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약간은  원초적이다 뭐 이런 생각이 아니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난 내 안의 수많은 화산들이 언제 활화산이 되어 내 밖으로 나올 지

실로 궁금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땐가.

한때 울보라는 별명까지 얻고 살았던 내가

뭔일인지 모르지만 친구와 심하게 다투다가 입에 개거품을 물고 졸도한 적이 있었다.

아마 내가 나를 보호하고자 했던 최후의 수단,

사악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 뒤

절대로 남과 대적하는 일은 피하며 살았다.

내가 어떻게 돌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ㅋㅋㅋ

지금도 극도로 잔인하고  비열한 인간 군상들이 판치는 그런 영화나 드라마는 보지 못한다.

왜냐,

내 모습을 들키는 것 같아서...ㅋㅋㅋ

내 안에도 저런 모습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에 내가 아프다. 그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래도 아침 드라마쯤은 예외이긴 하다.

항상 선의 쪽이 이기고

악의 축은 벌을 받는 통쾌한 권선징악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니깐...ㅋㅋㅋ

 

일요일, 구불길 회원 몇 명과 하루종일 웃는 여행을 했다.

평소 약간은 조신모드를 지키기 위해 나름 포커페이스를 했던 나였지만

오랫만에 군산을 벗어나고

그리고 멋진 동행들과 함께하는 참이라서

평소같지 않게 아주 심하게 웃고 떠들었다.

 

"나, 평소에 정숙하지 않았나요?

근데 오늘은 쫌 미안해요." 라고 변명을 늘어놓는 찰라,

 

"누가 정숙녀입니까?, 전혀 그렇질 않았는데..."

 

박장대소가 터지고 말았다.

 

"그럼 이런  내 모습을 이미 감지 하셨단 말인교?

참말로"

 

묻고 또 물었지만 반어적인 표현으로 이제 부터 나를 '정숙씨'라고 부르겠다나  어쩐다나...

암튼 오랫만에 내 입에서도 거침없이 19금 편집될 이야기도 나오고

그들이 말하는 19금이 이해가 안될때는 자세한 설명도 들어가며

1년치 내 웃음의 총량을 하루만에 달성한 거 같아

헤어질 무렵엔 너무 기운이 없어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어, 자꾸 옆으로 새긴?

 

요는 나는 나를 알고 싶다.

수십, 수백가지의 내 모습을 많이 알면 알수록 난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같다.

자칭타칭 자뻑클럽 회장에 추대되어야  할 몸이지만

그 이면엔 그 만큼 분량의 열등감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만한 사람들은 다 눈치챘을 것인디...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어떤 주장을 강하게 설파하면 할 수록 그 이면의 그늘 또한 짙다는 것을...

그게 다 인간사의 묘미 일랑가?

 

이쯤해서

지금까지 내가 나를 표현한 글들을 정리해본께

난 외로워서 고독하다고 했는데

고독해서 외로운 것은 아닌지,

난 미치도록 어느 넘이 그리운데

그 그리움 또한 버리고 싶어 발광하는 것은 아닌지,

난 베아트리체가 되고 싶은데

혹시 그 이면에 아직도 버리고 싶지 않은 암컷의 본능이 살아있는 것은 아닌지...

ㅎㅎㅎ

 

내가 나를 헛갈려 한다.

왜냐면

지랄맞게도

아직도 나의 수십,수백가지의 내 모습을 잘 모르겠으므로...

 

 


(이 사진 넘 웃겨서 첨부했지요.

은파수변에서 이러고 혼자 놀고 있는디

어떤 아자씨가 글쎄 살금살금 옆에 와서 깜짝 놀랐지요.

아자씨 曰

"저, 자살할려는 여자분인지 알고요."

 

와, 이런 뭔 호랑말코같은 경우란 말여?

얼마나 웃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