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누군가에게 카톡을 쏜다.
"자, 돈까스 날라갑니다. 한 판 때리 실래요?"
혹은
"나, 돈까스 만드는데, 네 생각나서...
올려?"
엄마와 함께 오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메뉴엔 돈까스가 있다.
간단하고 쉬운 메뉴라서 한 달에 한 번쯤 혹은 두 달에 한 번 쯤은 몇 kg의 고기를 사서
마치 잔칫집 준비하듯 포지게 냉동실에 얼려둔다.
잘난 놈들은 냉동실행으로 직행하지만
조각나고 못생긴 것들은 나나, 혹은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들을 위해
냉동실 대신에 2,3일은 냉장실에서 대기하거나
그러다 깜빡 잊히게 되면 쓰레기통으로 전략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돈까스 하나를 만드는 데도 나는 몇가지의 내 습성을 확인하게 된다.
"돈까스 날라갑니다. 혹은 돈까스 먹으러 올려?"
이말을 생각해 보니
"나, 쫌 외롭거든, 네가 이리로 왔으면 좋겠어"라는 그 순간의 절실한 신호라는 것을...
가게를 차려놓고 보니 가끔씩 이런 말을 듣곤 한다.
"어머, 사장님, 넘 멋져요. 이 많은 CD 며 DVD, 책들 넘 부러워요."
그렇게 말하는 그들에게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언제든 빌려가셔도 좋습니다. 돌려만 주신다면..."
이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속으론
"어찌 그대들은 모르실까요, 저 놈들이 내 숱한 세월
내 눈물의, 내 고통의 씨앗들이었음을..."
사실 솔직히 말하면
이 놈들이 내 눈물, 내 고통의 씨앗이라는 사실을 나도 깨달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니 좀더 말하면
입바른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난 내 고상한 취미를 은근히 뽐내며 누군가 내 색깔과 비슷한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낚시밥을 계속 던지고 있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난 겉만 화려한 싱글아닌 싱글로 10년을 살았다.
나를 장식하고 보여줄 수 있는, 아니 내 외로움을 감출 수 있는 것들이 바로
기천장은 넘는 CD며 DVD, 책들이었으니...
얼마나 사댔으면 알라딘(예전에는 Phono)의 VVIP고객으로 오디오도 무상으로 접수했겠는가,
비록 중국산 싸구려 제품이기는 하지만...ㅋㅋㅋ
그리고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중의 하나는
그 CD나, DVD, 책들중의 얼마쯤은 아직 나에게 순결을 바치지 않았다는 것이다.ㅋㅋㅋ
아니, 그들을 옆에두고 눈요기만 하고 있다고나 할까? ㅋㅋㅋ
암튼 장황한 사설이지만 오늘 새벽 김연수를 만났는데
"외롭다고 말하고 싶을 때 우리가 하는 짓"이라는 소제목의 글이 나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내가 꿋꿋하게 바락바락 "나는 외롭지 않고 고독하단 말여."라고 내 속살을 고상하게 포장해
보여주고 있을 지라도
가끔씩 아주 가끔씩은
"나, 네가 필요해, 그냥 옆에만 있어줄래?"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낸다는 사실,
어느 넘에게, 어느 님에게,
심지어 은파의 들꽃에게 나비와 거미에게 조차도
이 시린 늦가을 모든 풍경들에게,
이 새벽 잠시 머물다 흐르는 바람에게도...
그 신호를 접한 몇 몇은 즉각즉각 반응을 보이지만
그냥 내 신호를 보내는 순간만으로 의미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신호들에는
"그랴, 잘 살거라, 이놈들아, 그것뿐이다."라고 나도 무시를 해 버리곤 한다.
왜냐, 내 보내는 그 모든 신호들에 모두가 응답한다면
나 또한 감당할 재주가 없음을 내가 아니깐...
이런 생각까지 미치게 되는 날 아침, 벌써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정말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외롭다고 말하고 싶을 때 무슨 짓들을 할까? "
급호기심이 치솟는다.
술을 마시고, 이성을 찾고, 노래를 부르고, 산을 찾고, 어떤 이들은 혼자서 웅크리고
어떤이들은 맘에도 없는 것들을 떠들어대고...
그렇지, 사람들은 모다 아우성대는 지도 모른다.
"나, 외롭다고"
내가 고상하게 고독 어쩌구 저쩌구 이바구를 떠는 것처럼
그들도 나에게 "나, 외롭다구요."라는 숱한 신호를 보냈을 텐데
내 넘치는 이기심에, 아니 내 것들에 너무 취해
나는 그들의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거나
무시했지도 모를 일이구나 갑자기 聖人이 되어버린 이 심사는 무엇일까?
얼마 전에
"저, 지금 넘 아파요."
피눈물을 흘린다는 어떤 여인의 고백앞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던,
딱히 뭐라 위로를 주지 못했던 순간이 자꾸 켕기며
나 자신의 한계와 이중성이 싫어,
내 꼴이 싫어 자꾸 나를 다지고 다지고 있는 참인데,
김연수는 이런 표현을 쓰더라.
술자리에 나올 때마다 새로운 여자를 데리고 나오는 선배가 어느날 산을 다닌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들은 그를 보러 산으로 간다. 결국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여자를 만나던,
산을 가던,
무슨 짓들을 하던 간에...
(이건 중략된 부분을 염두게 두고 내가 끼워넣은 부분)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돌았느냐는 질문을 들어도 꿋꿋하게 살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그래,
"아파요." 울던 여인에게
"그래요, 그대의 눈물을 충분히 공감해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그런 모습들이 모다 인간의 모습인걸...
그대가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 때 까지만 하세요.
어느 쪽이 그대의 진심인지 가만 들여다 보고 그 길을 따라가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꿀꺽 내 말들을 삼키고 말았다.
왜냐, 결국 그 여인은 내가 말하려는 모든 것들을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서도 알고 있고
또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그것이 세상의 일들이 흐르는 이치라는 것을 알기에...
"이미 정답은 내 가슴 속에 있지요.
다만 지금은 그냥 아파서, 누군가가 내 아픔에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내 아픔에 연고를 발라줬음 좋겠어요"
그녀의 눈물이 그렇게 나에게 말하고 있음을...
그녀의 외로움이 나에게 그렇게 닿고 있음을...
그래서 내 가슴도 뻐근하고 내 눈물도 숨길 수 있었다 한다면...
마흔 둘이 미성년이 될 수 없는 지긋한 나이라고 썰을 푸는 김연수에게
오늘 아침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긋한 나이에 지긋한 사람들만 넘치는 세상은
넘 재미없을 것 같지 않나요?
이렇게 외롭다고 울며불며 소리치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
너, 나, 우리 모두 참 짠한 인생들이지만
그냥 너, 나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 좋은 세상인 것 같지 않나요?
"그대가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로또에 당첨되셨습니다.
내 넘 예쁘고 고마운,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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