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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우리는 꽃보다 아름답게 만나게 됐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0. 31.

새벽녁 그렇게 요상지랄을 떨던 바람들이 아침녁엔 잦아들더니

언제 그랬나시피 하늘엔 태양이 불끈,

이른 아침 출근길에 건너다 보이는 회색빛 도시의 풍경과

구름사이에 막 삐져나오려는 태양과의 절묘한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어 깜빡 교통신호등을 놓치고 말았다.

 

내 하루가 막 이렇게 시작되고  있고

이런 시작을 인지할 수 있는 내 열린 감각 

"이건 축복이야.

순간 순간,  내 모든 지각이 세상을 향해 열릴 수 있다니..."

그런 자화자찬까지  읊어대며

유치원 꼬마들의 소풍도시락을 조물딱 거리는 내가 참으로 따뜻해져 온다.

이 도시락을 오물 조물 먹을 그들의 예쁜 모습들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채우지 못한 내 아침잠의 아쉬움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듯...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난 뒤

가게문을 활 짝 열어젖히고 로스트로비치의 무반주 첼로곡을 초대한다.

 

"아, 이 여유, 내 생애에 진정 이런 날들이 있단 말이시."

혼자서 감격하고 혼자서 누리는 이 넘치는 풍요가 한없이 좋다.

 

뜨뜻한 전기방석을 켜고 

비록 내 몸을 다 포개 놓을 수는 없지만

뎅강뎅강  다리를 걸치면 그런데로 폼이 완성되는

 내  2인용  전용쇼파에 드러누워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만다.

 

들~들 , 내 전화기의 알림버튼이 몇 번을 울리는지

모른체 몇 번을 넘겼더니 급기야는 벨 소리까지...

 

"야, 연구대상, 잘 살지?"

 

"가시네, 넌 도대체 내가 몇 번이나 전활 했는데 이제사 전화질이야."

 

"내사, 요즘 엄청 바쁘당, 지금도 버스안."

 

"뭔 짓하느라?"

 

"응,그림 시작했지, 가구에다 그릴 그림공부"

 

"그려 데드만, 뭐 성에 안차는 겨?"

 

"그려, 내 감각에만 맡기려했는데 하다보니 자꾸 욕심이 생겨서."

 

"그럼, 학생들은?"

 

"3시 부터 잖혀"

 

중략...

 

그렇게 내 오랜 , 30년도 넘은 형제 같은 , 내 과거 인생의 모든 비리를 꿰차고 있는 ,

하여 현재의 지인들 앞에 결코 내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보물,

그녀와의

 유쾌한 대화를 한 바탕 때리고 나니

드르르륵 카톡이 날아온다.

 

"고독은 외롭다,

고독은 100 % 외롭다."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다가 정답여."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인간들이 꼭 그딴 소리들을 하더라.

그렇게 말하면 좀 고상해지냐?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너가 보이는데 뭔 외롭지 않은 고독여?"

 

"너, 나에게서 네 모습을 보는 겨, 난 고독혀지 외롭지 않다고...

외로움의 바닦을 쳐본사람만이 건너는 고독의 강, 축복같은 경지, 니는 아직 모를껴."

 

그렇게 악다구니를 써 대는 내 심사를 눈치챘는지 슬그머니 카톡을 내려놓고 달아나는 그녀,

ㅋㅋㅋ

내가 이긴 것인가, 그녀가 봐준 것인가?

내 블로그의 글들에 대한 알은체를 하는 그녀의 폼새가 사뭇 정겹다.

 

그렇게 내 아침을 보내고 점심을 치루고

오늘은 은파고, 책이고  며칠 째  채우지 못한 내 잠의 용량을 채워야 겠다고 아예 가게문을 잠그고

본격 잠의 자세로 돌입했는데  자꾸자꾸 희죽희죽 통쾌함이 몰려온다.

 

아침에 카톡으로  어떤 넘에게 잔뜩 욕을 해 덴게 있는데

그 생각을 하니 하루가 이렇게 유쾌할 수가...

 

"몹쓸놈, 니미뽕, 못난인간, 썩을 놈 "등등...

 

내 인생에 이런 욕을 더구나 어떤 남자에게 해 댈수 있는 경지에 오른 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 욕을 먹을수 밖에 없는 그 넘에게 복수랍시고 이 지랄을 떠는 내가 웃음기도 하고

또 무슨 심사인지?

그렇게 욕을 해댔더니 그 넘이 저질러 버린 모든 비행이 용서할 주체가 되지 못하면서도 용서가 되고...

 

ㅋ, 이 작은 복수에 대한 통쾌함이 이렇게 좋을 수가, 멋질 수가 있단 말여?

 

그러는 찰라,

 

"조선 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 변 10전 균일 상 밥집 문턱엔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 짜리 두 개를 보였다."

 

 

아, 너무도 가슴 찡한 시!

먹먹해서 딴짓을 못하겠어요. ㅠㅠ

 

김종삼의 장편 2

예쁜 어느 님이 뾰롱 선물을 하시넹.

 

 

그렇게 하루를 포만감으로 보내고 있는 저녁,

이 또 무슨 조화속이람?

31살짜리 꽃다운 그녀가 나에게 불을 지르네...

 

며칠 전 부터 쐬주에 막창구이가 땡기는 참이었는데 동무가 없어 이놈 저년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우리집 손님으로 종종 들러 가끔씩,

와인 한 잔, 맥주 한 잔, 분위기로 친해진 그녀를 확 끌어당겼지요...

 

"자, 나 저녁 작파하고  쐬주에 막창구이 한판 같이  때리실려?"

8시도 채 되기 전에 서둘러 가게문을 잠그고 내 단골 막창집으로 Go, go!!!

 

글케 예술병에 걸렸다던 그녀와 내 말하기 용량을 채우지 못해 안달난 나는

비록 채 두병도 채우지 못한 주량앞에서

공초 오상순, 사무엘 바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배우 서주희,  

배병우, 김중만, 김영갑,

앙리 카프티에 브레송까지

(사실 그녀는 연극을 하고 싶어 안달난 중대 사진과 출신이였드라)

 3류 인생을 결코 벗어나지 못할  나의 아마츄어리즘과 

일류가 되고 싶은 전문가를 꿈꾸는 그녀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까지...

 

시대와 쟝르를 초월한 횡설수설,

10년지기 친구가 되어 한 판 거나하게 치뤄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전화 한 통 때리고,

하지 말아야 할 카톡 몇 줄 때리공,

오랫만에 술김에 푹 잤더니

웬 꿈길에서 그 넘을 또 만나고...

아, 짜증나네, 이런 내가...

확 꿈을 깨 부수고  내 새벽을 열었드랬지요....

 

 

이렇게 장황하게 횡설 수설 내 하루를 말하려는 본 뜻은 사실,

 

어제 잠시 김연수를 보았는데

중국사람들의 '칭커(請客)' 문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들이 초대한 손님들 앞에서 건배를 청할 때 하는 말

 

"지금은 호시절이고 모두 영웅호걸 절세가인이며 우리는 꽃보다 아름답게 만나게 됐다."라는 말에 취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을 읽었던  까닭이다.

 

그의 글을 읽고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말

 

"우리는 꽃보다 아름답게 만나게 됐다."

 

좋은 인연도 혹은 나쁜 인연조차도 우리의 모든 만남은 꽃 자체이었음을. 꽃 자체임을, 꽃 자체가 될 수 있음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내가 늘  피하고 사는 내 감정의 벰파이어들과의 만남 자체도 꽃이 되어 내 가슴 속에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문득 김연수를 통해...

 

아니, 김연수가 그렇게 하자고 했씅께..ㅋㅋㅋ

"그냥 믿어버리자, 의심하지 말자."

 

그것이 호박꽃이든, 안개꽃이든, 가시꽃이든, 심지어 꾸렁네(구린내)덩굴이라는 개요등까지도...

 

생각해보니 과거, 현재, 미래까지도 내가 만나 눈길 한 번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몇 이나 될까?

과거에 내가 만났 던 사람들 중, 꽃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있었을까?

나쁜 기억만으로 남아있는 사람들 조차도 말이다.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니,

오늘 나에게 와 나의 꽃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내 나름의 고마움이 넘쳐나

나, 이렇게 장황한, 횡설 수설 끄적거리고 있다. 이 새벽녁에 말이다...

 

오늘 또 하루

꽃같은 만남을 가져 올 사람들에 대한 설레임으로 시작하는 이 아침이

참으로 좋다...

 

 

나, 아직 술 주정을 중임,,, ㅋㅋ...벌컥벌컥 짱나

 

자, 나의 꽃들이여,

오늘 하루도 홧^*팅 하자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