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잉, 쉬이잇, 이~~잉 슈~웅,
월명산을 채 넘지 못해 잔뜩 화풀이를 해대는 양 울어쳐대는 바닷바람,
제 존재를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는 모양새가 가희 장관이다.
"그래, 이놈들아. 알았다 알았다.
이제 그만 약한 것들 괴롭히고 너희들도 한 숨 자면 안되겠니?"
살살 달래도 보지만
"쬐송혀요. 사모님. 지들도 어쩌겠어요. 이때쯤의 지들 폼새가 이럴 수 밖에 없는 지꼴들인디요."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하며 지꼴데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지들의 운명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놈들앞에
내가 무슨 권리로 내 새벽잠을 강탈한 죄를 물을 수 있겠는가?
"그래, 이놈들아. 잠시 미안혔다. 그래 그 꼴이 너희들의 운명이라면 너희들은 너희들데로
또 그런 너희들앞에서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들은 또 그들데로...
그런 모습이 이 우주의 본질이라는 것을 깜빡 잊은 이 미천한 생명을 용서하시게나."
오히려 잠시 그들의 죄를 물을까 하던 내 폼새가 미안해 한 참을 그들이 지르는 아우성에
내 가슴을 가만히 열어 둔다.
어젯 밤
내내 우울하던 내 심사에 꼴려 일찍 퇴근하는 길,
또 찢어질 듯 참아내야 하는 긴 그리움에 몰려
미친년처럼 그렇게 떠돌던 내 마음이란 것이 하도 분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기도 하여
달래고 또 달래
겨우 삮이고 또 삮이며
가닿지 않는 줄 알면서도 쓸 수 밖에 없는 내 숨말하기에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는데
이 새벽잠을 설치게 만드는 이 바람님이 내 딴은 상당히 야속할 수 밖에...ㅎㅎㅎ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작가는 글을 쓴다. 그들은 모두 개별적인 한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쓸 것이다. 여기까지가 마흔이 되기 전에 내가 이해한 예술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 개별적인 존재의 슬픔이란
그 존재 역시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 나는 모든 화가와 작가는 보편적인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나에 대해서 그리고 썼던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거나 읽은 대가들의 작품은 예외 없이 나를, 나 자신의 삶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처럼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동이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김연수 지지않는 다는 말 중에 p76
어제 넘기려고 애를 써가며 읽었지만 채 몇 장을 넘기지 못한
김연수의 아포리즘에 굵게 굵게 밑줄을 그어놓은 내 폼새를 다시 확인해보는 것은
과연 내가 쓸 어떤 글들 속에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녹아내려져야만 할까에 대한 내 고민의 실마리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 잠깐 은파를 걸으며 나눴던 이야기 중에 과연 나는, 그리고 상대는 어떤 색깔의 글을 쓰기를 지향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 놓았는데 그 생각들이 내내 날 혼란시키고 있다.
사실 난 내 잡문들이 혹은 과거의 졸작, 현재의 졸작, 미래의 졸작들에 어떤 색깔을 입혀야 되겠으며 내가 글쟁이이기 때문에 어떤 책임감, 그리고 읽어갈 독자에 대한 배려 같은 것에 대한 생각은 사실 눈꼽 만치도 없었다. 왜냐면 난 작가도 아니고 그저 그런, 아니 어쩔 수 없이 나도 살아야 하니 나를 끄집어내서 떠벌리는 힘으로 버틸 수 밖에 없는 내 인생이니 그런 배려나 책임감따윈 애시당초 생각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그런데 자꾸 자꾸 요즈음 나를 켕기게 하는 이런 대화를 하게 되고 또 선생님은 선생님데로 몇 달을 저렇게 보채고 계시니 내 꼴이 점점 우습게 돼 가는 것은 아닌지, 혹은 이 쯤에서 내 꼬리를 내리고 선생님의 말씀데로 점검을 받고 선생님식의 길을 가야하는 것은 아닐까 잔뜩 혼란 스러울 수 밖에 없었는데
김연수의 이런 글들을 읽어내려 갔으니 내가 내 자신의 삶을 다루는 나부랭이 글들 속에서도
누군가는 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동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욕심이 생기는 이 심사는 뭥미?
솔직한 내 심사는 그렇다.
난 누구에게서도 평가 받고 싶지 않다가 그 본질인 것이다.
어쩌면 나의 오만일 수도 있겠으나,
숨기고 싶은 고백이지만
평가 받을 만한 하등의 가치도 없는 신세타령들을 다 까발려야만 하는
내 고독의 산물들에 대한 부끄러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난 왜 남들처럼 가슴에 묻어두는 법을 알지 못할까?
난 왜 꼭 이렇게 나불대야만 나를 견딜 수 있을까?
난 또 왜 누군가가 나를 알아채주기를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것일까?
싫다고 싫다고 그렇게 지랄을 떠는 인간에게 나는 왜 이렇게 목을 메는 것일까?
진즉 내 운명에 대한 색깔을 알아채긴 했지만
오늘 새벽처럼 이렇게 내 심사가 꼬이는 날,
월명산을 채 넘지 못하고 지랄을 떨고 있는 저 바람같은 것들을 만나는 날,
여지없이 나는 이렇게 흔들릴 수 밖에 없나보다.
저 바람의 비극이 마치 내 운명의 비극인 것처럼
콧물, 눈물을 질질 짜고 있는 이 순간,
펼쳐진 김연수의 글 몇 가닦,
"바람이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겨울다운 겨울에 우리는 우리다운 우리가 된다." p79
내 이렇듯 흔들리고 아파하고 소리지르고 있는 폼새가
나다운 내가 되는 법인가?
이런 모습이 진정한 내 본질인가?
내 꼴대로 사는 이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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