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20분까지 7인분의 도시락 주문을 받았다.
새벽에 나와야 할 것 같아 알람을 맞추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지만
쉬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는데
알람에 대한 노이로제 덕분에 놀라 퍼뜩 깻더니
새벽 12시 40분, 또 1시 40분 ,2시 40분
엣따 모르겠다 그냥 일어나
맞춰논 알람을 들으며 출근했다.
마치 북한 사람들의 새벽별 보기 운동에라도 동참한 듯한
야릇한 서글픔을 삼키느라 고개를 드니
새벽 하늘엔
그녀의 미소를 닮은 듯한 초승달이 방긋 방긋...
별은 총총...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그래 나만 이렇게 사는게 아니야,"
애써 뿌듯한 하루를 기대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도시락 주문이었다.
한 번도 내 아이를 위해 도시락을 싸 본 적이 없었던 나,
바지런 바지런 도시락을 준비하며
이상한 위안을 느끼는 심정은 무엇일까?
"내 인생에 이런 경험도 좋지뭐,
그냥 내 아이의 담임 도시락을 싸본다고 생각하자,"ㅋㅋㅋ
훠이훠이 요로코롬 예쁘게 포장까지 완료하고
덤으로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는 내 그대들을 위한 여분의 도시락엔 '사랑' 한 웅큼 양념으로 뿌려대고...
가는 길 오는 길 내려놓는 마음이... 글쎄,
이 보다 더 뿌듯한 일상이 있으랴?
사실 월요일 다섯시까지 내가 때린 번개 고객이벤트에 누군가의 신호를 받으며
함께 나누는 세 시간의 가을 소풍과
금강강변에서의 호젓함속에서
햇빛과 해풍을 누릴
브런치를 계획했었는데...ㅋㅋㅋ
아직도 나는 우리 단골 고객들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먼 당신'인갑다.
믿었던 하구사람님 조차 암 소식도 없고
에먼 은파님만 동행으로 낙첨돼 아침 출사를 나섰다.
오늘의 바람은 나포의 숭림사쪽으로...
웅포 베어리버스를 지나 왼쪽으로 접어들면
요로코롬 아름다운 벗나무 터널을 만난다.
꼭꼭 내년 꽃피는 4월 이른 아침에 다시 오자고 깨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당.
숭림사 가는 길목,
어느 담장너머 노랗게 익은 감나무에서 가을을 한 웅큼 훔치고
막 가을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고목들에서 피어나는 꽃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숭림사에 도착해보니
이른 시간이라 그야말로 경쾌한 카메라 셔터의 찰칵거림마저 음악이 되는 곳...
해우소마저 이렇게 풍경속의 그림이 되었더라...
끊임없이 누르는 셔터에서 튀어나올 작품들을 상상하는 즐거움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허둥지둥 금강강변으로...
숨죽은 10월의 애잔한 햇살...
그리고 무지 아름다운 두 여인네(?ㅋㅋ)가
금강강변 은빛물살을 받으며 행동만 여유로운 점심을 먹고...
사실 식당 문을 점심시간에 딱 맞춰 연다는 것은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
자꾸 마음에 쓰이는 것은?
시간만 있다면 퍼질러 앉아 햇살을 이불삼아
늘어지게 한숨 자고 싶은 유혹을 물리쳐야만 하는 내 신세에 쬐께 한숨도 나왔지만
멋진 바리스타님의 에스프레소, 진한 향기에 취해보고,
마음은 그곳에 두고 몸만 서둘러 생활전선으로...
아, 저녁에도 단체 예약이 있는데...
다행히 점심 손님은 딱 한테이블...
마실가느라 정리치 못한 것들을 치우고
저녁예약맞춰 시장도 보고...
일케절케 일터에서의 하루를 마치는 귀가길...
갑자기 들어온 내일 아침 13인분의 도시락재료땜시
무거운 발걸음을 추켜세우며 롯데마트로...
생각해보니 저녁도 못 먹어 자꾸 허기만 지길래
1+1 구구크러스트 아이스크림에 눈이 돌고
덤으로 1+1 땡처리 만두 2갑을 6,000원에...
ㅋㅋㅋ 하루, 그것 좀 수고했다고 나를 위한 선물을 일케 대빵 준비하고
집으로 돌아와 허겁지겁
그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만두도 먹으려 했지만 목이 자꾸 메여
컴퓨터만 자작거렸다.
오늘 꽃다운 시간을 함께 누린 은파님의 대문을 엿보니
"누군가를 바라다보는 일은
마음 설레는 일이지.
그대가
나를 마음에 담지 않더라도 말이다."
"사람은 풍경이다" 오늘의 작품속,
은파님의 심오한 통찰력에 감복하여
"누군가를 바라다 보는 일은
나를 내려 놓는 일이다.
그대가 나를 바라보지 않아도
그대 향한 그리움은
늘 나를 춤추게 한다."
내려 쓴 바람꽃님의 넋두리에
"아름다운 열정은
아름다이 흘러가는 것이지요."
은파님의 다정함으로 위로를 받으며
"일찍 자야지, 내일 또 새벽에 나가여잖혀"
애써 나를 추스리고 자정도 넘은 시각에 아침 알람을 5시에 꽂아놓고 하루를 마감한당...
"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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