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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도 때론 위로를 받고 싶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0. 11.

약속된 가을소풍 도시락의 임무완수를 위해

3시에 맞춰 논 알람양의 수다스러움에

천근같은 눈꺼풀을 달래고

겨우 일어나 출근했다.

 

오늘의 목표량은 22인분의 소풍 도시락,

김밥위주의 도시락이라서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이 요구되었다.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맞춰주기 위해

마음만 바쁘고...

이렇케 저렇케 겨우 제시간에 임무 완수...

내일까지 일주일 내내

새벽별 보며 출근해야 할 모양이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데

이까짓 쯤이야 애써 꽉 마음끈을 조이지만

연짱 3일을 잠을 못자 어제는 넘 힘들었다.

이럴 때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

 

"타이 아줌마 죽것씨유.

이번 주 내내 새벽별보게 생겨서..ㅋㅋㅋ

울고싶당"

 

저도 모르게 당겨신 활 사위에 실린  실없는 하소연은

잘못된 주소를 입력당했나

어딘가를 헤메고 있나보다.

 

얼마 전에 블로그에 실린 어떤 분의 댓글에

"가을을 시소처럼 타는 여자"라는 재미있는  글을 보았는데

낭만적일것 같은  그 글귀에

치명적인 내 인생을 사는 방식을 지적질 당한 것 같아 가슴이 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내  인생을 사는 방식이

놀이 동산 88열차를 타는 흥분, 두려움, 아찔...

그것들과 흡사하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요사이는...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노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고등학교 때인가?

청마 유치환(靑馬 柳致環)의 '바위"

라는 시를 읽다가

문득 내 자신의 삶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선고를 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靑馬의 호를 본따 나는 靑波로 하리라.

 

내 삶은 한결 같은 靑波가 될 것이다.

늘 푸르러 끊임없이 흔들리는...

잠시의 멈춤도  허락치 않고

언제나 꿈꾸며 노래하는

고래 고래 소리질러

세상을 깨우는 푸른 파도...

 

뭐 이런 사춘기 소녀의 감상이 넘쳐나는  내 인생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누구보다도 오만했던 그때,

그때의 헛된 꿈들 때문에 내 삶은 가끔씩 이토록 고단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구나 하는 깨달음...

 

그런데 문제는 늘 내 자신이 선택한  고단한 삶에

때론 터무니 없는  엄살을 떨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나는 시소타는 듯한 아니 늘 뭔가를 향해 끊임없이 파도타기 놀이를 하는

내 인생의 선택들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탓인지,

지난 세월을 반추해보는 시간들...

 때론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늘 나 다운 삶을 지향했던,

누구에게서도 이해를 구하지 않고 이루어진

내 독단의 선택과 결정이

오늘날의  내가 되었음에

이 뿌듯한  내 삶에 대한 自慰...

 

이런 내가,

가끔씩 때론 누군가로 부터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은 뭥미? ㅋㅋㅋ

 

어제는 갑자기 로또맞을 것 같은 깃찬 생각에

나를 위해 하루에 한 번씩 꼭 기도한다는 그녀에게

아침 댓바람부터 전활 했다.

출근 길이려니 생각해 물으니 벌써 사무실에 도착해있는 그녀의 부지런함과 현명함에

내 깃찬 생각을 입력시켜 봤다.

"있잖혀, 현주야... 언니가 갑자기 로또 맞을 것 같은 생각을 혔는디..."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숑"

"있잖혀, 나 이 도시락 메뉴들을 내 정규메뉴에 끼워 넣을 까봐"

"도시락을 가게에서 먹을 수 있게 메뉴로 정한다 이말여?"

"응, 사실 우리가게가 그래도 분위기도 있고 단골 고객들도 이젠 생길만큼 생겼는데 매상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메뉴 땜시 인것 같아. 물론 다들 맛있다고는 하지만 외국음식이다 보니 매일 먹을 수도 없는 것이고 개중에 입에 않맞는 분도 있을 것이고, 하여 내 도시락 메뉴를  전날 3시까지 예약한 분에 한해서 가게에서도 먹을 수 있게끔 그렇게 지금 메뉴에 끼워 넣을까봐."

 

내 깃찬 생각에 그녀의 대답,

"언니, 글쎄. 도시락을 굳이 가게에서 누가 먹으려고 할까?

근데 한 번 해봐."

 

아마도 회사일을 시작하는 시간이라서 서둘러 전화를 마감한다.

 

두번째 그녀,

서슴없이 나의 마이너스 대출 통장이 되어주며

날 위해 노심초사, 근심걱정 떠날 날이 없다는 또 한명의 그녀에게

남편출근시키고 한 숨 돌리고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전활해 똑 같은 말을 반복해보니

그녀의 대답도 시쿤등

"그래, 한 번 해봐, 근데 몸 생각도 하고... 넘 힘들 것 같당. 그래도 하겠다면...

 넌 언제나 네 멋대로 하잖여."

 

ㅋㅋㅋ 똑같은 답을 들었다.

 

그녀들의 열렬한 동의와 찬사를 바랐는데 이렇게 돌아온 시쿤둥한 대답에 쪼께 기가 죽었기는 하지만

난 여전히 무대뽀,ㅋㅋㅋ

 

"그래 도시락 메뉴 첨가"

내 식의 낙찰을 보았다.

 

생각이 바쁘다.

뭐, 내가 책임지고 시작하는 건데...ㅋㅋㅋ

아마 이번 12월까지는 지금의 형식데로

준비를 하고 다시 출발을 해볼끼라...

 

오늘  10,000원짜리 도시락이라서 매출에 큰 도움은 못되겠지만

그래도 내 정성을 쏟아 성공시킨 도시락,

나를 믿고 주문해 주신 내 고마운 고객님들...

 

때론 위로 받고 싶은 나에게

"아, 정말 맛있겠어요.

고맙습니다. 혼자서 참 대단하십니다."

라고 말씀하신  주문 고객님,

오늘 나에게 필요한 위로의 양을 만땅으로 채워놓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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