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요리를 하다보니
정작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이 웬지 귀찮고 번거롭다.
며칠 째
끼니다운 끼니를 해결치 못하고 대충 배만 채웠음을 되새겨보니
웬지 오늘 아침은 '나를 위한 밥상'으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출근하는 길
거금 5,500원을 투자해 콩나물 해장국을 한 수저 뜨는데
컥 괜실히 목이 메인다.
에궁, 웬 청승!
서둘러 놀이를 찾아 카메라를 드는 순간
콩나물 해장국 한 그릇이 따뜻해지고...
베시시 그대 향한 그리움이 밀려든다.
언젠가 콩나물 해장국을 함께 먹었던 기억으로
왜 콩나물 해장국만 앞에 두면
나도 모르게 전화기에 손이 갈까?
"해장국 한 그릇 드실래요?"
문자는 저 혼자 질주하더니만
제 속도를 못이겨 그만 자살해버리고 말았을끼라...
에공, 슬프다. 이 죽일놈의 사랑!!!
어제 마신 술기운 때문인가?
푸푸... 서둘러 시끄러운 마음을 물리치고
배를 가득채웠더니 만사가 O.K
난, 왜 배만 부르면 일케 세상이 달라보일까?
"지랄같은 사랑타령도 다 이 때 뿐인겨,
실컷 웃고 울고 그러다가 말끼라...
사는 일이 오늘 안개처럼 그렇게 뿌열지라도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다, 그렇게 제 속도와 모습으로 왔다 가는겨...
가는 마음, 오는 마음, 떠나는 마음
모다 제 모습과 속도가 있는 법이잖혀...
지 모습으로 오고 가는 걸 내가 무슨 수로 잡을 수 있을까?
그냥 내 맘이 가면 가는데로
또 오면 오는데로 그렇게 냅둬야지..."
그렇게 배를 채운 힘으로 마음 끈을 꽉 조이고
은파로 훠이 훠이~~
고즈넉한 은파의 아침풍경이
나에게 선물이구나.
내가 나에게 주는 두번째의 선물...
이렇게 저렇게 해찰을 하다보니 벌써 열한시가 넘었당.
서둘러 가게로 달려와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말로를 초대한다.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소리 어딜 가시나..."
빗자루를 잡은 손이 '솔솔솔' 박자를 맞추고
어깨는 들썩 들썩
엉덩이는 흔들 흔들...
오늘은 뭔가 신나는 일이?
아님, 대박 나는 겨?
생각은 혼자서 춤춘다.
안되겠다. 오늘 미친 마실이나 가볼끼라.
"은파님, 우리 사과나무 갤러리 사과찍으러 갈가용?"
"아이쿠, 왜 또 은파여?
그걸 몰라, 사진 찍잖혀,
같이 찍으니 쓸데 없는 말 안혀도 되고...
글구 예쁘고 참 혀잖여.
옆에 있으며 훔쳐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당케..."
그녀에게 꼬리를 치면서도
괜실히 귀찮케 하는 것은 아닌지 속이 쬐께 거시기하기도 하공...
암튼 내 속을 아는 지 모르는지
오늘도 그녀는 내 유혹을 물리치지 않고 보무도 당당하게 가게로 진입을 한다.
길에서 주운 수확물인 못생긴 모과하나를 탁자에 올려 놓으며
"가을 냄세"
난 그렇게 세번째 선물을 받았다.
글구 난 네번째 내 선물을 서둘러 준비한다.
월남쌈 8조각, 색색 파프리카도 넣고 모처럼 만에 만나는 쌍화차 언니에게 줄 선물...
막 준비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오메 다섯번째 선물이 나를 기다렸다...
ㅋㅋㅋ
유여사님이 예쁜 보자기에 바작만한 광어 한마리를 건네 주신다.
"내일 요리 하실때 이것으로 광어탕수 만들면 어때요?"
"웬 횡재란 말여, 광어값도 만만치 않은디..."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남살 스러워 애써 둘러친다.
"그럼 내일 이것으로 찌게를 할까봐요."
"그럼 맛있게 요리해 드세요."
참 난 복터진 인간이다. 내가 선물을 드려야할 분에게서 이런 선물을 받는다니...ㅋㅋㅋ
"아, 늦었다. 후딱 갔다 5시 까지는 와야허는디...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인게..."
서둘러 채비를 하고 드뎌 사과나무 갤러리에 도착해 우선 부엌 문으로 슬며시 싸갖고 온 월남쌈을 내민다.
"언니, 드실래요. 월남쌈이에요."
소소한 손내밈에 반가운 목소리가 화답한다.
"어이쿠, 웬 선물?"
"그냥 잡수세요."
받는 마음보다 주는 마음이 더 기쁘다. 그래서 이것이 내가 받은 네번째 선물이다.
애석하게도 아직 사과들은 제 색깔을 내지 못했나,
20일쯤이 되어야 제 색깔을 찾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즉석에서
"심포 망해사로~~"
룰루랄라 신나게 달렸다.
네비양의 안내를 받고 가는 길
오늘의 네비양은 왜케 감성적여?
이런 곳을 델꼬 오다니...
만경 능재 저수지라요...생전 처음 보는 곳, 오는 곳...
네비양이 나에게 준 여섯번째 선물...ㅋㅋㅋ
일케 구비구비 심포항으로 가는길
도로 양편이 온통 코스모스 라니...
이것이 일곱번째 선물...
내 숱한 그대들에게 나도 선물을 마구마구 쏜다.
"만개한 가을이 넘친다, 심포가는 길"
8번째, 9번째, 10번째...앙, 더이상 못 셈...
남의 집 담벼락의 담쟁이에게서 훔친 가을 냄세!
오늘의 가장 큰 선물인 그녀의 오묘한 예술의 세계를 탐해보기도 하고...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망해사의 풍경도 선물인 것이다.
기막힌 석양과 노을을 빼앗긴 심포 앞바다에 대한 애틋함을 뒤로하고
서둘러 서둘러 군산으로...
아, 배고프다. 점심도 먹지 못혔는디...
"국수라도 먹고 가요."
으째, 그녀는 내 속을 일케 헤아릴까?
선물 ... 선물... 선물...
나 오늘 무지막지한 선물을 한 트럭이나 받았네 그려...
오늘 하루!!!
또 선물,
내 보낸 사진에 대한 화답으로 어느 여인네가...
한 잔의 차와 더불어
인생을 말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친구
한 송이 꽃과
기다리는 먼 곳의
그리운 엽서 한 장
창 밖에 그 해의
첫눈 내리는 날
예고없이 반가운 사람 찾아와 주는
그 작은 행복을 그리건만
인생은 언제나 그 중 하나밖에 허락하지 않는다
꽃이 피고 계절이 바뀌어도
소식오지 않고
언제나 혼자 마시는 차
혼자 바라보는 꽃
혼자 젖어서 돌아가는 눈길...
행복- 홍윤숙
오늘 이렇게 만땅으로 받은 선물들을 어이 할꺼나?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때론 위로를 받고 싶다. (0) | 2012.10.11 |
---|---|
내 새벽별 보기 운동 (0) | 2012.10.10 |
선물 하나 (0) | 2012.10.05 |
그녀 때문인겨... (0) | 2012.10.04 |
2012년 10월 3일 (0) | 2012.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