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딱히 직장인도 아님서 웬지 이 날을 즐겨야 할 것 같은 마음,
잠자리를 털지 못하고 뒹글뒹글 아침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ㅋ,ㅋ,
"아, 볕 쨍~~~
선명한 하루가 눈을 떳네요.
추석은 멋지게 보내신 듯하고..."
야, 찬스다, 찬스!!!
"점심 예약있는데 끝나고 어디든 잠깐 갔다올래요?"
필 받아 꼬신 말에 그녀는 홀랑 넘어왔다.
"^^가을이니 갈대 제격, 신성리 갈대밭, 콜?"
"우째 이리 내 맘을 아실랑가?"
두시 에 오신다는 손님도 물리치고 바람난 여인네들이 되어 Go !
근데 왕, 실망.
밀물의 파도처럼 넘실대는 갈대밭을 기대했었는데
태풍 볼라벤님의 심술때문이었는지 갈대꽃은 온통 뼈대만 앙상하고
애만 억새만 몇 컷 ...
그냥 저냥 아쉬워 몇 컷!
그래도 인증 샷쯤은 예의랑께...
돌아 돌아 돌아 오는 길...
하늘과 구름, 들과 산들이 내뿜는 가을 냄새들...
모다 내 렌즈에 담을 수 있다면...
"오늘 아침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몸이 내 말을 복사하는 구나.
애들에게 남편에게 누군가에게 내뿜는 내말들이
내 몸에 그대로 복사되고 있구나 생각하니 헉,"
두서 없이 그녀가 툭 던지는 말에
"억, 내 생각이 내 마음이 내 몸에 복사되고 있당께요.
그래서 좋은 생각만 하고 살려하는데..."
벌써 내 생각은 꼬불 꼬불 돌고 돌아 지 혼자서 질주하고 있더라.
"아이쿠, 난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왜케 다정한 한마디 말조차 인색할까"
"와, 와 저 가을 색"
쉬임없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녀가 참 예쁘다.
"그래, 다정함. 다정함을 내 남은 생애의 모토로 삼아볼까나"
예쁜 그녀의 감탄사마저 내 생각의 갈피를 가르지 못한다.
"어떤 이는 요, 생애 3권의 책을 낼 수 있었음 한데요
........."
뭐라뭐라 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난, 장식되지 않는 투박한 내 글속에서 누군가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내 글놀이의 끝은 따뜻함이었음 좋겠어요."
내 생각을 삼킨다.
아, 갈길이 넘 멀구나.
다정한 한마디 말조차, 눈길조차 인색한 내가...
생각따라 바람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 덧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몸도 마음도 잠시 내려놓고
망중한을 즐겼다.
내 하루를 정리하다보니
그날이 그날같은 반복되는 일상에
부지런하고 다정한 그녀의 카톡 한 마디가
내 아침을 깨우고 내 생각을 깨우고 내 하루를 깨웠더라...
나도 내일 누군가에게 이런 카톡 한마디 날려 볼까나?
"멋진, 그대, 오늘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