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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그녀와의 3일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0. 2.

내 쓸쓸했을 명절을 책임줘준 그녀들이 떠났다.  오늘 아침 터미날에 내려주고 휑하니 혼자 바다를 보러 갔다.  그녀들과의 3일에 대한 달콤 쌉쌀한 마지막 여운을 즐기기 위해...바다는 한껏 속살을 드러내놓고 스러지는 10월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기대했을 나의 다정함은 애초 무리였당께... 난 다정함엔 다소 약한 사람잉께... "

 

다정한 말 한마디 던져 주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한다. 내가 던졌던 쓸데 없는 말들에 대한 파편이 나를 향해 여지 없이 날아든다.

 

"뭘, 그리 조마조마하게 산당까?  산다는 것에 엄살 떨지 말랑께요. 그냥 냅둬요. 다 자기 살 궁리는 자기가 하는 법, 좀 깨지면 어떻고, 좀 아프면 어때요? 그런게 인생이죠. 좀 손해보면 어떻고 좀 빼앗기면 또 어때요. 손해보다보면 얻는게 있고 빼앗기다 보면 또 빼앗는 내가 있는 법이죠. 마지막 인생까지 책임져 질수 없으면  혼자 일어서게 좀 비껴주는 것도 상대에 대한 예의랑께요."

 

그렇게 두서없는 말들을 뱉어놓고  나는 과연 내 말처럼 그렇게 살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넌 참 웃기다. 사는게 두려워서 누군가의 어깨를 얼마나 많이 갈구했던가?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까많게 잊는다더니 내꼴이 그렇네...올챙이 시절이 엊그제 였는데 마치 인생에 달관한 사람처럼 무책임한 말들을 그렇게 내팽겨쳐도 되는거야? 참으라고 했는데 잘난척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놈의 입이 방정여. 좀 조신하게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모르는 척 그렇게 우아떨면 안되니? 어이쿠, 도대체 남들은 하고 싶은 말을 얼마나 참고 살까?  글구 넌 좀 제발 부탁이니 그만 입 좀 다물고 살라고..."

 

ㅋㅋㅋ 또 하나의 내가  나를 못마땅해 하며 궁시렁댄다.

 

"글구, 넌 참 문제가 많어. 뭔 잘난 척 하느라고 원칙만 뱉어내놓는 거야. 몰라서 그랬을까? 너 한테 원칙을 알려달라고 그 먼길을 달려온 것은 아니잖혀. 좀 따뜻한 위로의 말, 다정한 말, 네맘에 있는 말로 후시딘을 조제해서 상처난데 발라주면 안되었었니?"

 

수없는 자책이 밀려든다.

 

"나도, 넘 아파해보고 내린 결론은요. 아프면 아픈데로. 미치겠으면 또 그런데로 그렇게 그냥 살아요. 안 아픈척, 안 미친척

가면쓰고 살지 말게요. 만사가 다 시간이 약인 것을 이제사 알겠어요. 몸만 건강하면 아니 설사 몸이 아프더라도 견딜 수 없는 시련은 없는 거 같아요. 목숨이 붙어 있는 한은 말이에요. 뭐 든 다 견딜 수 있어요. 들에 피는 작은 꽃들 조차도 어떤 볼라벤과 산바라도 견디며 제 목숨을 다하잖아요. 그냥 우린 작은 들꽃이라고 생각합시다. 가지가 찟어져, 짓밟혀도 제 살아있는 날까지 꽃을 피우고 지고 잎을 떨구고 결국 땅의 거름이 되는, 그런 들꽃 말이에요."

 

말은 청산유수,

 

"그냥 행복하게 살게요, 내가 행복해야 상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데잖아요., 우리자신이 추구할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행복,ㅋㅋㅋ 행복하게 살자구요."

 

내 결론이었당께요... 내가 행복하면 내 행복을 좀 나눌 수 있더라구요. 내가 불행하고 비참하면 자꾸만 속으로 움추러들고 세상을 향한  모든 시선이 차갑기만 하고 , 그러면 그럴 수록 세상은 점점 얼어붙고 내 심장도 얼어서 깨지고 고스란히 그 고통은 내가 짊어져야하는...

 

 

그녀들을 그렇게 떠나 보내고  달려간 바다, 그 바다가 드러낸 갯골을 따라 내 마음도 내 생각도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오늘 아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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