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딱 두번, 설날과 한가위, 그런 날이 오면 웬지 우울해 진다.
떠들썩한 세상에 오롯이 유독 혼자인가 하는 센치함,ㅋㅋ 이 나이에 ...
어제 아침, 멀리서 그녀가 전화를 했다.
"언니, 저 내려가도 되나요?"
웬 반가운... 내일의 스케줄 조정에 들어가볼까, 생각이 먼저 바쁘다.
10시 반에 집을 출발해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헐레벌떡 12시간이 넘는 장거리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반갑고 낭랑한 목소리가 정답다.
"어서와요, 힘들었죠?"
묻는 내게
"저, 이런 여행 처음해봐요, 세상 구경을 다 한 것 같아요...
ㅋㅋㅋ 버스좌석 때문에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무려 8시간 가까이를 기다려 임시차편으로...
근데, 언니, 왜케 하나도 안 피곤할까요?"
"뭔, 안피곤하긴, 피곤해 죽겠음시롱..."
ㅋㅋ 속으로 미안해 할까봐 설레발을 떠는 그녀의 수다가 정겹다.
그렇게 두번째 우리의 만남은 쓸쓸할 명절을 지내고 있을 내게, 작은 설레임을 안긴다.
슬쩍 진수성찬 아침밥을 동생네에서 해결하고 Go Go!!!
은파호수공원으로...
다정하게 앉아있는 그녀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같다.
멀리서 줌을 바짝 당겨 몰래 슬쩍 한 컷!!!
나도 저렇게 예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ㅋㅋㅋ
아, 이런 맛인가? 남몰래 슬쩍 하는 재미가?
자, 이젠 청암산으로 Go!
그녀들의 이쁜 놀이에 내 카메라는 자동 컷이 되었구나!
청암산 수변 기슭에서 빠끔살이 하듯 카페 '예가체프'를 연출하며 실컷 웃어봤다.
아, 배고프당,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전어'
서천시장에서 한 웅큼을 사서
요처럼 차려놓고 민생고를 해결하니, 만사 오우케이...
세상에 만상에 이렇게 만땅 좋은 하루가...
캬, 소주 한 잔 쯤 덤으로 있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을 달랜다.
이렇게 멋진 풍경속의 한 풍경이 되는 것도 황홀한 순간들...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사진찍기 좋아하는 수줍은 가시내가 될 수 있다니...
군산으로 돌아오는 길목,
축복같은 하루였음을 반증하듯,
가득 찬 바다에 떨어지는 석양과 은파,
뭉게뭉게 피워오른 하늘 구름이,
하 좋아 잠시 멈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은 사랑에서, 삶에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사랑은 바로 곁에 있어 주는 것이며 돌봐주는 것."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 중에 나오는 말이다.
너무 평범한 이 말이 요즈음 오랫동안 내 생각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난,네가 자신의 삶과 사랑을 놓치게 될까 봐 걱정이야.
사랑만큼은 절대 놓치지 마. 삶이라는 여행을 하는 동안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해야만 해.
누구를, 언제,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네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지. 그걸 놓치지마.
삶이라는 이 여행을 사랑 없이는 하지 마."
그래, 단지 누군가 옆에 있어 주는 것 조차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사랑의 한 형태라니...
상실의 고통을 알고 난 후에 깨닫는 진실이
이렇게 소소한 것이라니...
같이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
함께 누릴 시간의 기쁨을 감사할 수 있는 마음,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여유,
그런 소소한 것들이 내 영혼에 필요한 영양분이었음을...
그래서 내 추석하루가
그녀들 덕분에 만땅 즐거웠음을 그녀들은 짐작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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