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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유행가 가사처럼...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9. 28.

 

요즈음은 찾아온 갱년기증상을 이겨내려고 되도록이면 생각을 단순하게,  몸을 피곤치않게 돌보려고 합니다. 하여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려 노력합니다. 헌데 넘 일찍 자는 바람에 새벽잠을 설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새벽의 산뜻한 찬 공기를 느끼는 하루가 좋기는 하지만 잠을 설쳤는지라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아리를 틀고 풀었다를 반복합니다.  내 삶이 유행가 가사속의 한 장면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새벽바람에 실려 살짝 센치해지곤 합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꽃잎에 새겨진 사연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아가씨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동백아가씨처럼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까지는 이르르지 않았지만 그리움에 겨워 울어본 적이 있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며  며칠 전부터 듣던 '말로'의 재즈버젼 '동백 아가씨가 자꾸만 입에 맴돕니다. 여름 끝 가을 시작, 9월의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숨죽인 햇살속을 걷노라면 저절로 유행가 가사속의 주인공이 되어집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이 얼마나 멋진 이별입니까?  김광진의 '편지' 라는 노래 가사랍니다. 내 삶이 이렇듯 유행가 가사처럼 지극히 통속적인데 나는 그동안 철학속에서 내 삶의 구도를 잡으려 허세를 떨었구나하는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바람이 하 좋아 출근 길에 잠시  은파 호수주변을 서성입니다. 아침에  읽었던 구본형의 글속에 '

삶에는 정해진 아무런 목적도 없습니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삶 자체입니다. '라는 구절이 자꾸 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목적있는 삶'을  위해 고군분투, 좌충우돌 하던 내 하루 하루의 고단한 일상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삶 자체입니다.'라는 구절이 새로운 붓질을 하기 시작합니다.  삶 자체가 내 삶의 유일한 목적이라는 말들을 그동안 수없이 읽었을 텐데 왜 오늘 갑자기 이 글귀가 이렇게 내 마음에 맴도는 지요?  그것은 아마 바로 '오늘의 바람' 9월의 바람, 안단테 안단테로 부는 은파 호숫가의 바람때문 인것 같습니다.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

 

물가에 핀 코스모스 꽃잎 위로 살랑살랑 '하얀나비'가 날아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노래 합디다.  오늘 아침 은파 호수공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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