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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바람이 익는 소리, 인연이 익는 시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9. 21.

안개가 자욱했던 아침,

얼마나 맑은 하늘을 주실려고 그렇게 용트름을 하실까?

아, 주말이지,

생각은 벌써 통영 사량도로 줄달음치고

몇 컷의 사진을 건질 수 있을까

숨가쁜 몇 걸음을 견딜 수 있을까

잠자리를 털지 못하고 가늠해본다.

그래도 손님맞이 대청소를 해야겠지 걸레를 잡는 손이 춤을 춘다.

후다다닦 채비를 끝내고 출근하는 길,

고개너머 구름도 한가하다.

9월의 바람이 지나는 길목으로  

온 사방의 문을 젖힌다.

힘들어간 어깨를 스치는 바람은 가볍기만 하다.

바하를 올린다.

견뎌온 시간들을 되새김해보면

솜털처럼 가벼웠던 일상조차 힘들었던 즈음에 만났던

G선상의 아리아가 특별하다, 왠지 오늘 아침은?

부지런 부지런 점심 손님을 치르고

"오늘은 어디로 출사를 나가시나요?"

내 마음을 담은 메세지가 날아간다.

"해망동으로 해서 수시탑으로 올라 월명호수까지"

"아, 그럼 청소년 수련원에서 만날까요?"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벌써 내 바람을 안고 있다.

"저, 있잖아요, 동국사로 오실래요? 여인숙에서 그림 전시회도 있고..."

"넹, 냉큼 달려 갈께요."

동국사엔 꽃무릇이 한창이다.

"전 말이에요, 꽃무릇은 왠지 해픈 여자같아요.

화장을 짙게 하고 선창가의 그녀들말이에요."

말꼬리가 흐려진다.

"근데 사진 찍으면 넘 근사하죠."

"요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사진을 한 번 찍어 볼래요?"

서툰 내 컷에 은근한 훈수를 둔다,

"내 식데로 한 번 찍어보고..."

똥고집 혼자서만 잘난 나는 수없는 컷컷컷을 누른다.

동국사를 뒤로하고 Go Go 월명호수로...

수없이 보았던 그녀의 사진들,

그녀의 사진들보다 난 더 그녀가 예쁘다...

그녀를 찍어본다. 그녀의 미소를 담아본다. 그녀의 바람을 느껴본다.

그녀의 영혼을 염탐하나 보다, 나는...

어쩜 그녀의 것들을 훔쳐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색깔은 다르니깐..."

애써 변사를 늘어놓는 속마음을 그녀는 알까? ㅎㅎㅎ

익어가는 9월의 바람결 , 그  결을 따라 인연도 흐르면 그 인연도 익어 갈 수 있겠지...

 

내일 아침은 한번 더 헤픈 동국사의 꽃무릇을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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