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여자의 쪽지를 받습니다.
- '만나뵙고 싶습니다"
- "오세요, 뉘시라도 괘않습니다."
- 시내버스를 고속버스를 시외버스를 택시를 타고 그녀는 먼길을 왔습니다.
- 선뜻 들어서는 그녀를 향한 엉거주춤의 인사가 경계의 선을 넘습니다.
- 하얀 봉투를 꺼내놓습니다.
- "이거 받지 않으시면 저 그냥 돌아갈래요"
- "어머, 첨이에요. 무슨 봉투를"
- "무얼 사올지 모르겠어서..."
- 되돌려줄수도 받을 수도 없는 난감함으로 오래도록 하얀봉투는 제 갈길을 찾지 못합니다.
- 주저리 주저리 그녀는 자신에 대해 말합니다.
- 얼마나 외로왔으면 저럴까 맘속으로 그녀의 외로움을 가늠하며
- 나를 얼마쯤 보여줘야 그녀의 외로움의 한 조각이라도 공유할 수 있을까?
- 그냥 내키는 데로 그녀의 수다속으로 나를 밀어넣습니다.
- 몇분의 눈맞춤으로 경계의 벽은 허물어지고 벌써 그녀는 오랜 지인이 되었습니다.
- 9월 밤의 서툰 쓸쓸함을 공유할 수 있어 좋습니다.
- 은파를 보여줄까요? 9월의 밤, 호숫바람을 가르는 수다는 깊어만 갑니다.
- 아, 새똥만한 내 방으로 그녀를 초대합니다.
- "오실줄 알았으면 청소라도 해 놓는 건데..."
- 꼬질꼬질한 내 형편에 대한 변명을 애써 내뱉습니다.
- "그래도, 혼자라서 좋아요."를 서둘러 덧붙입니다.
- "어머, 넘 예뻐요. 이렇게 사시는 군요."
- 그녀의 감탄에 부끄러움이 조금 상쇄됩니다.
- 훌러덩, 거침없이 옷가지를 벗어제킵니다.
- "저 있잖아요. 거침없이 사는 사람이예요.
- 그러니 있으실 때까지 편안히 계세요. 대신 저 남을 잘 케어하지 못한답니다."
- "저도 신경쓰시는 것 부담됩니다. 그냥 저 하고 싶은데로 할께요."
- 그렇게 하룻밤, 이틀밤, 낯선 그녀와 밤을 보냈지요.
- 하룻밤은 이야기를
- 하룻밤은 술한잔으로 거리를 좁혀 갑니다.
- 그리고 그녀는 내일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 또 하루를 길위에 지낼 그녀를 위해
- "혼자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손에 쥐어줍니다.,
- "외로워서 죽을 것 같아요. 또 24시간을 혼자보낼 내 생각을 하니 암담해요."
- "저는 오래 전에 외로움의 강을 건넜지요.
- 지금은 고독의 자리를 즐기고 있답니다.
- 이 경지에 이른 것은 오로지 노동의 피로함과
- 사람들과의 눈맞춤이었답니다.
- 사람들과의 교류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우리의 고통도 슬픔도 그리고 행복도 모두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 같아요.
- 결국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없음을 이젠 알겠어요."
- "이해해요, 이번 여행이 뭔가 제 삶에 변환의 출발점이 되었음 좋겠어요. 갑자기 생각이 많아 졌어요."
- 바쁜 아침시간, 잠시 떠날 그녀에게 은파의 호젖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 내 좋아하는 호젖한 은파호숫길을 잠깐만이라도...
-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떠났습니다.
- 다시만날 기약을 풀어놓고...
- 덩그마니 남아있는 나는
- 또 혼자서 외로와할 그녀와 우주의 교신을 이룰 수 있는 인연이 되었기를...
- 그래서 그녀의 외로움에,
- 내 고독의 순간에 작은 꽃이 피어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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