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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41 - 고독의 권유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6. 4.

어렸을 적부터 위인전을 읽는 재미가 솔 찬 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서전을 읽는 재미가 더 솔 찬하다. 왜냐면 남들은 어떻게 살까 하는 호기심 발동도 있었고 선택해야만 하는 삶의 기로에 섰을 때 내 애매모호한 선택 기준의 거름망으로써 자서전은 때때로 긍정적인 선택으로 내 앞길을 비춰 주리란 기대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나이 탓인지 요즈음은 더 부쩍 내 앞으로의 삶의 양식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고르며 또 남의 인생을 엿보는 재미에 빠지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장석주 시인의 ‘고독의 권유’라는 책을 접했다.

 

세상의 모든 부와 재산을 향한 탐욕과 이기주의를 벗어나 창조적 가난을 자발적으로 택해서 살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엿보고 싶기도 하고 그의 시어들에서 풍겨 나왔던 언어의 백미를 누려보고 싶기도 하였다. 읽다보니 누구나 느끼고 생각하고 쓸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나 어쩐지 현실성의 부재, 혹은 일종의 지나친 감상, 혹은 삶의 넋두리 같은 문장들에 그만 중간에 밀쳐 두고 말았던 책이었다.

 

 

 

아니 내가 그에게 기대했던 ‘아침이슬’같은 ‘시린 달빛’같은 언어의 마술로 엮어진 자발적, 창조적 가난의 진수를 맛보고 싶은 나의 욕심 때문이었는지 어쩐지 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는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더, 더 읽어 볼까, 뭔가 있을거야. 미련을 버리지 못해  멈추지 못하고 말았다.

 

 

그는 말한다.

 

“현대에 와서 능동적 은둔과 칩거는 거의 소멸해버린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홀로 고립되어 있는 상태를 선택한 사람에게는 그러한 능동적 은둔은 열린 기회이고 새로운 삶으로의 도약이다. 참다운 고독은 내면의 평화와 고유를 일구고, 풍부한 영감을 낳은 창조의 원천이다.”

 

 

 

읽다보니 그가 택한 능동적 은둔, 고독 속에서의 그의 일상을 엿보면서 아직도 청춘의 열정이 여전히 남아 있는 그의 기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으론 조용히 수그러드는 시간의 연륜 속에의 삶의 쓸쓸함에 대한 자각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재탄생되기도 하더라.

 

 

 

누가 지금

문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그대 꿈은 작고 소박했는데

그게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 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 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그의 시 ‘애인’ 전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갈 한 잎의 외로운 혼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고독과 외로움, 생의 무의미성과 허망함에 대한 각성이 깊으면 깊을수록, 사랑은 더욱 진한 빛깔의 싱싱하고 풍요한 꽃으로 피어날 수 있게 된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그가 전하는 그러한 메시지를 주어 담으며 오늘 이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날일 수 있음을 진정으로 내가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