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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3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5. 16.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연애소설 읽기를 기피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둔한 통증같은 그리움을 안고 살고 있는  나는 어쩜 애써 감정이입의 질주를 달리는 사랑이야기로 부터 도피하는 것이 나의 편안한 일상을 유지하는 방법임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에 읽었던 그러나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사랑이야기에 관한 책을 꺼내 들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는 니체의 사상을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의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자태를 드러낸다. 우리의 삶의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질까?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날아가 버려, 지상적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기껏해야 반쯤만 생생하고 그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우리에게 묻기 시작한다.

 

 

주인공 토마스는 두 번째 만난 테레사와의 동침한날 아침, 그녀에 대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며 “그녀는 마치 송진으로 방수된 바구니에 넣어져 강물에 버려졌다가 그의 침대 머리맡에서 건져 올린 아이처럼 보였다”라는 단 하나의 은유로 된 사랑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테라사와 함께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 도무지 비교할 방법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한 길이 없는 토마스, 첫 번째 이혼을 한 후 자신에게 있어서 여자란 에로틱한 우정이라 불리는 틀 안에서 두 사람 중 누구도 상대방의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고 감상이 배제된 관계만이 두 사람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토마스,

사랑을 배제한 에로틱한 우정을 지속하는 사비나나 하룻밤의 쾌락의 상대여자들을 질투하는 고통을 겪는 테레사를 향한 동정심 - 동정심을 갖는 다는 것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끼는 토마스는 테레사를 이해했고 더욱더 사랑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도를 일삼는 그는 어느 날 다른 여자 대한 욕망이 사라졌음을 느끼는데 그나마 사비나에게 조차도 테라사와 사랑의 도장을 찍힌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7년을 테레사에게 얽매여 살았다고 느끼고 있는 그에게 또 다시 예고 없이 그의 집을 찾아온 방식 데로 떠난 테라사와의 이별은 존재의 달콤한 가벼움을 만끽하게 한다. 그러나 곧 ‘그래야만 한다.’라는 감정에 따라 다시 테레사를 찾게 된다......

 

결국 이 이야기는 모든 삶의 무게와 얽매임으로부터 도피를 추구하며 에로틱한 우정을 진정한 삶의 자세로 여기는 토마스, 반면 스스로의 존재감에 끊임없이 회의하고 삶의 무거움속에서 토마스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영혼의 무게감에 서성이는 테라사,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이데올로기를 증오하며 정치적 사회적 무거움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사비나, 그런 사비나의 가벼움을 사랑하는 프란츠등의 4인의 사랑과 삶의 자세로 이루어져 있다.

4인의 사랑과 삶의 자세로부터 작가는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며 진정한 삶의 자세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인간의 욕망과 고통, 삶의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인 듯 하다.

 

 

 오늘 나는 오랫만에 읽어보는 사랑이야기를 통해  사랑은 자아를 찾는 가장 아름다운 통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랑에 모든 것을 걸때 위험 천만한 모험이 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사랑의 무거움과 가벼움, 인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들락거리며 살 수 밖에 없는 나의 운명, 아니 우리의 운명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