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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39 - 숲에서 온 편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6. 1.

 

요즈음 나의 화두는 “자연처럼 살기”입니다. 순하게 사는 일에 적응하기 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종국엔 역시 시골 아녀자가 될거야.” 그렇게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일들을 위해 나 자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바람처럼 떠도는 삶을 살았으면 이젠 내가 가야할 곳 내가 뿌리를 내릴 곳, 그런 상황을 만들어 가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답니다. 이런 저런 책들과 함께 “숲에서 온 편지”라는 책을 집어 듭니다. 자연에서 오는 삶의 지혜를 그대로 에세이 형식으로 옮긴 김용규님의 작품입니다.

 

 

 

나무와 풀로 덮인 숲에서 살면서 숲의 향기와 가르침을 잔잔하게 엮어 논 그의 글들을 보면서 그의 일상이 곧 책이 되었구나, 은근한 부러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 데로 산다면 사는 일이 작은 축제의 연속이 되겠구나, 이제 사 마음 속 깊이 깨닫게 됩니다.

 

 

 

왕성한 생장력으로 다른 나무들을 휘감아 시련을 견딘 나무에게만 숲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칡덩쿨, 바닷가 돌밭을 서슴없이 선택해 깔떼기 모양의 입으로 떨어지는 물을 뿌리로 보내며 살아가는 갯메꽃,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자신의 지상부 전체를 버리는 선택을 하는 베롱나무, 한 식구 되어 살아가는 개인 바다의 새끼 낳고 키우는 모습, 개천 속에서 물의 흐름에 따라 기는 뿌리로 수천, 수만 포기의 달뿌리풀들이 서로를 껴안고 강바닥을 품으며 살아가는 모습들을 경험하며 자연의 이치, 삶의 이치를 편안하게 들려주는 김용규님의 혜안을 담아가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젊은 시절은 이제 스스로의 무게를 못 이겨 바스러지고 말았습니다. 채우면 채울수록 더욱더 공허해저 가는 놈을 도저히 감당치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채울 능력의 한계를 깨닫는 삶의 연륜일까요?

 

 

면면히 흐르는 우주의 시간에 비해 속절없는 인간사의 시간은 한 점에 불과하련만 무엇에 그리 연연해 속앓이를 하고 살까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잔잔한 파문이 가슴이 이는 듯 합니다. 맑은 숲속의 기운을 마치 한껏 받은 듯 기분이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