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처럼 들뜬 설레임으로 하루를 맞이하곤 했던 날들이 저만치 가고 있다. 아프지만 살아있구나 하는 감동을 주었던 그 어떤 그리움도 어느 새 썰물처럼 쓸려가 허연 속살을 드러낸 갯벌처럼 그렇게 하루를 서 있어야만 하는 시간들을 견디며 숨 쉬는 일조차 버겁기만 한 때, 그녀는 그렇게 가끔씩 나에게 안부를 물어 온다.
“언니, 요즈음엔 글도 뜸하시고 안부를 묻는 분들이 계시네요. 별일 없으신거죠?”
긴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넋두리가 될 성 싶어 그냥 문자로 대신한다.
“오늘은 좀 쓸쓸하네. 마음을 다 잡고 기운을 내려 용을 쓰지만... 좀 버겁고 이럴 땐 그냥 납작 엎드려 견뎌내야 할 것만 같으이...”
이런 문자 답신에 그녀는 이 시를 보내 왔다.
창가에 햇살이 깊숙이 파고드는 오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에 구름 한 점 그림처럼 떠 있다
세월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살아가면 갈수록 손에 잡히는 것보다
놓아 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한가로운 오후 마음의 여유로움보다
삶을 살아온 만큼 외로움이 몰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어느 날 오후 풍경 - 윤동주
크하, 윤동주님도 이런 시를 쓰셨나? 오로지 ‘서시’의 비장감만을 기억하는 나, 그녀가 보내준 작은 위로에 찔끔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니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나이 탓일까? 혹은 갱년기의 우울증일까? 내 한가로운 오후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주고 있는 시를 몇 번이나 읽고 또 가만히 읖조려 본다. 그녀의 마음에 내 마음을 대어본다. 그녀의 따뜻함이 내 마음을 건너 다시 그녀에게 향하도록...그렇게 세상의 길들은 통하게 되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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