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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29 -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4. 9.

 

“모든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라는 문장이 내 마음에 들어온 날 비로소 나는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아프면서도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두려웠고 그 두려움으로 불안이 시작되었고 불안하기 시작하면서 애착이 시작되었고 애착이 시작되면서 고통이 시작되었다. 아마도 자신을 들여다보려는 여유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으리라. 끝 이라고 시작하는 지점이 곧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아마 삶에 대한 본능이지 않았을까 그 지점을 한참이나 지나온 지금 뒤돌아보게 된다.

 

참 신기한 것은 그러한 터널을 지나온 경험으로 난 그 터널을 응시하고 극복했으며 그 터널속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내 마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터널 밖, 밝은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했을 때의 눈부심, 설레임, 혹은 깜박거림(적응하기 위한)의 단계인가? 나는. 지금도 그렇게 나 자신에게 가끔씩 묻곤 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가끔씩 정호승의 시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너무 감성이 넘쳐나 오히려 거부감이 들 때도 있으련만 여전히 그의 시를 좋아하며 즐겨 읽는다. 모든 존재의 눈물과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이 겪어온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시작되기 때문이리라.

 

요즈음 내가 느끼는 축복 같은 하루하루가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흘린 눈물, 나에게 넘치고 있는 사랑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이 내 삶의 희망으로 자리 잡기 때문인가?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나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대들에게 오늘 밤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맘으로 하루를 마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