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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21 - 그대에게 가고 싶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3. 28.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어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한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싶다.

 

 

 

 

 

 

 

 

그대에게 가고싶다/ 안도현

 

 

 

 

“전 병에 걸렸어요. 사랑에 빠졌어요.”

“그건 심각한 병이 아니야. 치료약이 있으니까.”

“치료약은 없어요. 치료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의 하나인 ‘일포스티노’에서 베아트리체와 사랑에 빠진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에게 하는 말입니다.

 

 

 

오랫동안 푸석푸석 먼지 나는 가슴으로 살다보니 그리워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더 슬픈 현실이 되기도 하더군요. 사랑을 위한 사랑이라도 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오지 않을 줄 알면서도 내 마음에 그대를 위한 빈의자를 마련해 놓고 석양이 지면 새벽이 오면 눈이 오고 비가오고 바람이 불면 혹시라도 그대 발걸음 놓칠세라 그렇게 기다립니다.

 

 

기약없는 기다림을 통해 수없이 자신을 만납니다.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대를 이해하기 위해...이렇듯 기다림을 계속 한다는 것, 그것도 오지 않을 줄 알면서도 기다린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인내와 참담함과 쓸쓸함을 동반해야 하는지... 아프고 또 아파서 치료약을 찾고 싶지만 한편으로 영원히 치료되지 않아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위로하면서 ...

 

 

 

한편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기다리는 사랑이라는 실체에 대해서... 사랑이란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곳까지 도달하기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함께 오는 줄 알기 때문에...그것이 또한 내가 찾아가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합니다.

 

 

오늘 봄볕이 사방에 가득 찬 날, ‘그대에게 가고 싶다’는 시 한편을 읽으며 내 안에 간직한 열정과 감동,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대를 향한 사랑이 곧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그대를 위한 내 마음의 빈 의자를 오늘 봄 햇빛에 가만히 내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