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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19 - 마음아, 누구를 향해 외칠 것인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3. 26.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처음 보는 것처럼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나의 눈과 귀와 코와 입이 모두 바깥을 향해 달려 있다는 거다! 나는 한 번도 내 안을 들여다 본 적이 없다. 그 캄캄한 어둠의 깊이를. 나는 내 안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온갖 추악한 언어의 난동을. 내 안에 고여 있는 물의 지독한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건 천만다행이건만. 나는 내 안을 향해 말하지 못한다. 오, 가엷다고. 부디 나로부터 나를 구원하소서."  이 시훈/ ‘나로부터 나를’ 중에서

 

 

참, 신기하게도 가끔씩 책을 읽다보면 어쩜 그렇게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언제 부턴가 나는 내안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에 정신이 없었지요. 온갖 추악한 언어의 난동뿐만 아니라 생각이 생각의 고리를 끌고 나오는 바람에 아침이고 저녁이고 새벽이고 불쑥 불쑥 지놈들의 머리를 디밀고 아우성치는 소리들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내 안에 고여 있는 물의 지독한 냄새를 맡아야만 하는 것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내 안에 고여 있는 물의 지독한 냄새를 공유하고자 지랄을 떨기도 하고, 내가 너무 아프다고 온갖 엄살을 떨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너무 가여워서 부디 내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애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이 곧 나로부터 나를 구원하는 길이라는 확신과 함께...

 

하지만 때로는 나의 이러한 만행이 상대방에게는 커다란 괴로움이 되었을 것이고 어느 땐 털어놓은 나의 아픔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처럼 다시 메아리 되어 내게 되돌아와 상처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마음아 누구를 향해 외칠 것인가?’ 시인 릴케처럼 나 자신에게 수없이 묻고 또 물었습니다.

 

깜짝 놀란 만한 사실은 바로 이곳에 그 해법이 있었습니다. 이봉희님의 ‘내 마음을 만지다.’에서 추천한 방법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저널 쓰기입니다. 답답하고 이유 없이 울고 싶다면, 세상에 나만 남은 듯 외롭다면, 나의 고통이 누군가에게 웃음거리가 된 것 같다면, 그래서 어떤 비난도 하지 않는 안전한 친구가 필요하다면 이때 저널이 필요합니다. 펜을 꺼내 공책에 글을 써보십시오, 펜 끝에 숨어 있는 말들을 해방시켜보십시오. 일생 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를 지지해주는 최고의 비밀 상담사 ‘나만의 저널’에 모든 비밀을 안전하게 털어놓는 것입니다. 분명히 보다 더 자유로운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널이란 일반적인 일기와 다른 것은 일기가 일상의 이야기를 기록하거나 기술하는 글쓰기라면 저널은 문제 해결과 자아 성장을 위한 목적으로 쓰는 글쓰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널은 그 누구의 검열이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지극히 사적이고 안전한 비밀 글쓰기라는 점이다. 생각의 흐름을 막지 않도록 문법, 글씨체 등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런 방법 데로 어느 때 부턴가 남에게 말 못하는 일들을 글쓰기를 통해 해소해보려고 저널 쓰기를 시도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쓰기 힘들었던 육두문자도 써보고 쓰면서 웃어보기도 통곡해보기도 하면서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지요.

 

 

“15세기 페르시아에 한 시인이 있었다. 그는 가슴에 수많은 돌덩이가 매달린 듯 답답하고 우울해서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시인에게 최근에 발표하지 못하거나 낭송하지 못한 새로운 시가 마음속에 있는지 물었다. 시인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의사는 그에게 그 시를 낭송하게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는 시인에게 말했다. “이제 병이 나았으니 돌아가시오. 당신 마음속에 돌처럼 매달려 있던 건 시였소. 그 시를 밖으로 쏟아내었으니 당신은 회복된 거요.” /문학치료사 S. Reiter의 강연 중에서...

 

 

 

이렇듯 자기 안에 억압된 이야기와, 감정, 말할 수없는 진실, 대면하기 고통스러워 스스로 망각한 이야기들, 무거운 쇳덩이처럼 마음속 심연에 가라앉은 죄책감, 용서하거나 용서받고 싶은 긴 사연들, 공포심과 수치심, 고백하지 못한 사랑이나 그리움, 다시는 만날 길 없는 사람에게 꼭 해명하고 싶은 말 등등등... 수많은 우리의 내면에 깊이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은 언젠가 결국엔 어떤 형태로든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 형태가 나보다 더 약한 상대를 희생자로 삼아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끔찍한 비난을 퍼붓게 되거나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학대하게 되어 급기야는 육체를 병들게 하는 일도 있습니다.

 

 

 

“당신은 남의 사랑을 꼭 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또 그것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서도 안 됩니다. 정말로 삶의 중심이 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평생 알게 될 모든 사람들 중에서 당신이 결코 떠나지도 잃어버리지도 않을 유일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조 쿠더트의 실패자의 충고에서...

 

 

 

며칠 전에 오래 동안 마음으로부터 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나 자신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에게 진정 소중한 것들을 버려야하는 상실감 때문에 마음은 아팠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것이 정리될 수는 없지만 그것이 결국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임을 알기에 잠시의 쓰라림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자신을 위로합니다.

 

 

 

오늘은 봄햇살이 유난히 찬란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기 이전에 이미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믿고 싶은 희망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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