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그녀가 결혼하기전 남해와 통영 거제도를 함께 여행했던 적이 있었다.
국도 19번 섬진강변을 따라서 60km로 달리는 드라이브길...
어쩜 결혼전 마지막 여행일 것같아 나도 큰 맘먹고 하룻밤을 그녀와 보내기로 했었다.
아직 벗꽃이 만개하기전이고 주중이었던 여행이었는지라
천천히 풍광을 즐기며 운전하느라 긴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이런 말들을 나눴던 기억이 난다.
" 그래 난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난것 같아. 그냥 말없이 묵묵한 사람.
사실은 대학친구의 오빠였는데 친구랑 산에 갈때 가끔씩 동행했던 사람.
치악산인가 어디에서 다리가 삐끗해 쩔쩔매던 날 한시간이나 업고 내려온 남자.
뉘엿뉘엿 지는 해를 등지고 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이 그렇게 듬직해 보이던 남자.
내가 오랫동안 그려오던 남자를 만난것 같아.
단지 그가 3대 독자이고 장손이어서
집안 대소사가 많다는 것 그것하나가 쬐께...
그리고 그도 나처럼 새어머니 아래서 자랐다는 것에 이상한 동질감 ..."
대기업의 대리이고 성실해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있고
집안도 그럭저럭 경제적 형편도 되는 것 같고...
내리 의붓여동생 셋이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들이었다.
기억나는 것들이 그런 이야기들 뿐이었다.
그리고 결혼전 잠깐 친구들과 함께 친구의 남편을 만났었다.
듣던데로 묵직한 말없는 남자였고
모든게 보통이상처럼 보였던 친구의 남자였다.
그녀는 결혼하면서 이런 말들도 했다.
" 난 정말 행복하고 싶어. 애들도 너뎃쯤 낳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
어쨋든 난 무지무지 사랑할 꺼야. 남편도 애들도... 내 인생 최대의 꿈이야.
예쁜 꽃밭도 만들고, 강아지도 기르며
주말이면 애들이랑 남편이랑 맛있는 파티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녀는 너무 근사한 미래의 자신의 가정에 대한 부푼 꿈 , 예쁜 꿈을 꾸고 있었으며
나는 그녀가 한없이 부러왔다.
나도 언젠가 내가 그려왔던 조르바같은 남자를 만나 소박하지만 예쁜 그런 가정을 만들어 보리라.,,,
언제나 차분하고 약간은 침울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들뜨고 통통하던 볼에 분홍빛 꿈이 터져나올 듯하던 그녀의 모습을 나는 오래토록 잊지 못했다.
그렇다. 내가 살아오면서 그처럼 예뻤던 그녀의 모습을 처음으로 만났으며
나도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이제 내 맘속에 조금은 안스러웠던 그녀에 대한 영상을 지워버리리라 그렇게 다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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