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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내 친구 K/ 아홉번째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1. 8.

살다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들이 종종 있게 되는데

주는 사람은 관대함에서 주는 것일지라도

받는 내편에서는 누군가에게 의지한다는 일이

일종의 열등감을 불러 일으킬때가 종종 있더라.

누군가 나에게 베푸는 것이

나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을 이룰 능력이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부자유스러움...

 

그러나 내가 나의 관대함으로

가까운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지지를 하는 경우

진정한 기쁨 , 나의 존재감을 느끼는 때가 종종  있더라.

 

어찌 이런 일들이 이율배반적인 것일까?

 

난 가끔씩 그녀에게 이런 이상한 열등감을 느낄때가 있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다정함, 나에 대한 끊임없는 신뢰와 지지.

언제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었다.

굳이 그런 열등감이 필요없을 진데

내가 그녀에게 보여주는 친밀감보다

그녀쪽에서 보여주는 품어주는 용량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난 나 사는 일에 언제나 분주하다.

혼자몸임에도 불구하고

몸도 마음도 항상 어딘가를 향해 끝없이 달리곤 한다.

마치  나라는 존재가 어느 한곳에 머물기라도 하면

결코 내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없으리라는 이상한 초조함

인생에 대한 터무니 없는 기대감으로 인해

나는 그 누구도 오래도록 깊이 마음에 품지 못하는 그런 류의 인간이다.

이런 성질탓에 아마 나는 인생의 파랑새를 결코 발견치 못하리라.

그렇게 결론을 짐작할 수 있지만

오늘도 내일도 나는 쉼없이 달리고 걷고 그리고 때론 지치고 피곤할 때

그녀를 찾는다.

오랫만에  피곤한 여행에 지쳐 그녀가 있는 서울까지 내리 달렸다.

거의 1여년 만인가?

그녀가 국수집을 차려

분주한 그녀의 일상과 그녀의 꿈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때

나는 한 보따리 안주감과 와인 두병을 안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힘들어 하는 것에 대해 차근차근 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까운 누군가에게만은 주저리주저리 나를 까발리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를 찾았는데

그녀의 가게에 도착했을때는 한참 저녁시간이라

비록 다섯테이블이기는 하지만

손님들이  꽉 차있었고 주문받고 서빙하는데 손을 보탰다.

10시쯤 대충 저녁시간이 끝나고 우린 드뎌 자유시간을 맞이했다.

"우리 여기서 마실까, 아니면 집으로 갈까?"

"집, 여기가 바로 집이야. "

"뭐 여기가 집이라고, ..

그렇다, 한평도 될까말까한 공간,

둘이 누우면 빠듯이 다리를 뻗기조차 힘든 공간에서 그녀는 생활하고 있었다.

황당했다.

"너 왜 아파트서 나왔어, 왜 여기살아?"

그녀는 헛헛한 웃음을 웃었다.

"그냥,  일끝나면 피곤해서,

아예 여기에서 숙식을 해결해."

"그럼 아파트는 비워뒀어?"

"아니, 팔아서 그 사람이 가져갔어. "
" 그럼 넌 어디서 살라고?"

"전세얻으라고 준 돈으로 가게를 차렸지."

"같이 중국에 가자고 하는데 거절했어."

 

그날밤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실로 오랫만에  큰맘먹고 그녀를 찾아갔는데

오히려 밤새 내내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의 결혼생활, 그녀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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