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욱,예지,누리,유희, 우현, 다슬, 혜진,미령, 성묵, 다정 등등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다.
이놈들아!
공부하느라 바쁘겠지만 사실은 너네들에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야길 하고 싶었다.
특히 너, 욱 이왕 못하는 공부 신경쓰지마 .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진실한 믿음이며 그 믿음에 따른 신념으로 행동하라는 거지. 알겠냐 이놈들아.
오늘 내가 들려주고 싶은 야기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이 쓴 글이야. 해변의 카프카라는 소설속의 주인공인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이길 꿈꾸는 15살 카프카에게 또다른 자아의 분신이 까마귀의 말을 빌어 (카프카는 체코 말로 까마귀란 뜻) 들려주는 야기란다. 내가 너희들 만했을 때 이 야길 알았거나 들었으면 지금쯤 아마 우주를 날아서 저 무한대의 공간으로 팽창될수 있는 삶의 에너지를 가졌을 거란 생각이든단다. 쓸데 없는 삶의 희노애락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내 자아가 지향하는 내모습의 색깔데로 내 모든 에너지를 집약해 좀더 더 나은 우주속의 객체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하지. 그렇다고 지금 날아오르라는 것은 아니지. 착각은 금물. 이 야길 읽으면서 너네들의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할 걸지 잠시만 생각해 보라는 뜻이지.
'어떤 경우에는 운명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로를 바꿔가는 국지적인 모래 폭풍과 비슷하지. 너는 그 폭풍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 폭풍도 네 도주로에 맞추듯 방향을 바꾸지. 너는 다시 또 모래
폭풍을 피하려고 네 도주로의 방향을 바꾸어 버리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치 날이 새기 전에 죽음의 신과 얼싸안고 불길한 춤을 추듯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 거야. 왜냐하면 그 폭풍은 어딘가 먼 곳에서 찾아온, 너와 아무 관계가 없는 어떤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 폭풍은 그러니까 너 자신인 거야. 네 안에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 들어가서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눈과 귀를 꽉 틀어막고 한 걸음 한 걸음 빠져나가는 일뿐이야. 그곳에는 어쩌면 태양도 없고 달도 없고 방향도 없고 어떤 경우에는 제대로 된 시간조차 없어. 거기에는 백골을 분쇄해 놓은 것 같은 하얋고 고운 모래가 하늘 높이 날아다니고 있을 뿐이지. 그런 모래 폭풍을 상상하란 말야.'
'그리고 물론 너는 실제로 그놈으로부터 빠져나가게 될 거야. 그 맹렬한 모래 폭풍으로부터. 형이상학적이고 상징적인 모래 폭풍을 뚫고 나가야 하는 거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놈은 천 개의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생살을 찢게 될 거야. 몇멏 사람들이 그래서 피를 흘리고, 너 자신도 별수 없이 피를 흘리게 될거야. 뜨겁고 새빨간 피를 너는 두손으로 받게 될 거야. 그것은 네 피이고 다른사람들의 피이기도 하지.
그리고 그 모래 폭풍이 그쳤을 때, 어떻게 자기가 무사히 빠져나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너는 잘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아니, 정말로 모래 폭풍이 사라져버렸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게 되어 있어.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해.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네가 아니란 사실이야. 그래, 그것이 바로 모래 폭풍의 의미인 거야.'
그래 야들아.
운명의 모래폭풍을 만나거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 들어가서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눈과 귀를 꽉 틀어막고 한 걸음 한 걸음 빠져나가렴 용감하게.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네가 아니란 사실이야.
참 멋진 글이지 않니. 요즘 쪼깨 하루키란 사람에게 다시 꽂히고 있는 중이거든. 예전에 시간 때우기 삼아 읽었던 것들인데 인생이 뭘까 알듯 모를 듯하는 이 시점에 다시 만나게 되니 참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상상속으로 마구 마구 빨려들어가는 느낌. 그거 있잖아. 우주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자력과 같은 느낌. 아무튼 그래. 하루키를 만나면 나도 뭔가 써질것 도 같고....ㅋ ㅋ ㅋ
아무튼 몸 조심들 하고 가끔씩 통화해. 심심할 때
Take ca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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