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을 열대에서 헤멧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종로서적 앞에서 한 사내를 기다린다.
서울에 오면 꼭 연락해요 그 말을 믿고
꼭꼭 간직한 명함이 봉창에서 후즐근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몇년만의 눈인가 ?
서울에도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구나.
저쪽에서 사내가 숨차게 뛰어온다.
약속시간이 벌써 삽십분쯤 지나있다.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움이다
눈밭을 걸어요,
팔짱도 끼어요.
사람들을 헤치고 걷기가 힘들다. 채 십분도 안돼.
열대 이야기를 해요,
열대의 해변에도 갈매기가 날죠
시바스리갈 세병의 새벽 이야기는 어땠는지
죽음의 땅을 거쳐 '나마스떼'를 외치며
히말라야산 차를 배낭 가득 몰고왔던 또 한 사내는 어찌 사는지
딴나라에서의 가출은 행방불명이죠.
ㅎ ㅎ ㅎ 행방불명
여권도 없었지만
일주일쯤 해변과 야외풀장을 오가며 사치를 떨다보면
슬슬 극적인 등장이 그려져요.
열대 이야기는 오늘 밤도 부족해요.
서울 야기좀 들려줘요.
사람들이 그리워요.
그런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종로3가, 4가 ,5가를 거쳐 혜화동 거리로 진입해요.
아 ! 여기쯤 슈만과 클라라 커피숍도 있었는데
사라졌네요.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눈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대학로는 별들의 행군이에요.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벽돌담을 따라 걸어요
눈발이 세차졌어요.
" 키스 할까 !!!"
너무 고전적이에요.
"네-잉?"
그냥 확 끌어 당기지.
웃음으로 어색함을 물리쳐요.
성대를 따라 창경궁,경복궁을 돌고 안국동 효자동 청와대를 거쳐
산꼭대기 2평도 안되는 비단풀님과 동생의 자취방이 오늘 밤의 종점이예요.
너무 고전적인 남자와
첫 키스만은 2년쯤 만남뒤에 발생해야한다는 생각의 틀에서 살고 있었던 그녀는
그뒤 10년쯤 지나 또 서울 한 복판에서
소쭞
소줏잔에 삼겹살로 만납니다.
'강남에 80평대 아파트에 살아요
와이프는 한달에 보름은 출장이에요.
러시아로 미국으로
능력있는 와이프 덕분에
싱글처럼 사는데 그래도 행복해요.
나주 촌놈이 이만큼 출세했으면
감사할 일이죠."
소줒잔을 부딪히며
참말로 잘했다
그날 밤 키스를 했더라면
이 사낸 이 만큼 번들거릴 수가 없었겠지.
사는 일이 이렇듯 이야기로 새겨집니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새끼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말 (0) | 2009.10.11 |
---|---|
8. 그녀의 수기 - 무당을 만난날 (0) | 2009.10.09 |
주쌤 ! (0) | 2009.10.05 |
단상 - 꿈속에서 날개를 달아요. (0) | 2009.10.05 |
6,. 그녀의 수기 - 하 ! 목련이 지누만 (0) | 2009.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