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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393

25년 1학기 중간고사 ‘문학연구방법론’ 시험 대비본 25년 1학기 중간고사 ‘문학연구방법론’ 시험 대비본 철학을 전공하고, 국어국문학을 복수 전공으로 선택한 나의 이 과감한 결정은, 설계된 미래를 위한 여정이자, 매일의 일상을 반짝이게 하는 작은 축제이다.특히 군산대학교 국문과에서 이다운 교수님, 유보선 교수님, 남기혁 교수님, 최현재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시간은 참으로 기쁘고 즐겁다. 그 강의들은 내게 배움 이상의 것을 준다. 삶의 지평을 넓히고, 언어와 사유의 깊이를 일깨운다. 그러나 동시에, 암기의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 나날이 무거워지는 뇌의 감각 앞에서 무력해지는 자신을 느끼는 시간 또한 잦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업들 속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영감을 받는다. 문학을 읽으며 철학의 개념을 적용하고, 철학의 사유를 문학의 서사 안에서 .. 2025. 4. 17.
차가운 응시와 뜨거운 고백 사이: 박찬욱과 페드로 알모도바르 차가운 응시와 뜨거운 고백 사이: 박찬욱과 페드로 알모도바르> 내가 처음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알게 된 것은 영화 『나쁜 교육(Bad Education, 2004)』이었다. 가장 먼저 마음을 끌었던 것은 고발적 성격을 띤 서사였다. 이 영화는 알모도바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자전적이고 대담한 서사를 담고 있다. 영화는 영화감독 엔리케가 유년 시절 첫사랑이자 카톨릭 학교 시절 친구였던 이그나시오와 재회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곧 단순한 향수를 넘어서, 권력과 욕망, 기억과 허구가 얽힌 미궁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영화는 극 중 극, 그 속의 또 다른 이야기라는 복잡한 서사 구조로 짜여져 있으며, 억압된 진실과 상처가 창작이라는 형태로 복기된다. 『나쁜 교육』은 장르적으로 누아르, 멜로드라마, 심리극, 메타픽.. 2025. 4. 16.
정미경의 단편 소설 「목 놓아 우네」를 읽고 정미경의 단편 소설 「목 놓아 우네」를 읽고 감정의 경계에서, 말 없는 연결을 상상하며> 단편 소설 「목 놓아 우네」는 소설가 정미경의 유고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2018, 창비)에 수록된 단편소설로, 정미경 특유의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현대인의 인간관계와 상실, 회복의 과정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소설은 눈에 띄지 않는 감정의 움직임을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희미한 불빛으로 더듬듯 따라가는 이야기다. 작가는 특유의 절제된 문장과 감정의 결을 따라, 현대 사회 속에서 점점 더 관계에 서툴러지고 고립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심’이라는 동일한 성을 가진 남녀 인물이 잘못 전송된 문자 하나로 얽히는 설정은 낯설지만 기이하게 정직한 감정 교류의 가능성과 그 불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낸.. 2025. 4. 15.
조해진의 장편 소설 『빛과 멜로디』 감상문 (현대소설강독 과제) 조해진의 장편 소설 『빛과 멜로디』 감상문태엽이 멈춘 자리에서, 다시 — 기억, 연대, 그리고 말 없는 손길에 대하여> “태엽이 멈추면 빛과 멜로디가 사라지고 눈도 그치겠죠.” (책 10쪽) 나는 바로 이 한 문장의 매료로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태엽이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춘다. 빛은 흐르지 않고, 멜로디는 더 이상 울리지 않으며, 눈발도 사라질 것이다. 그건 단순한 기계의 정지가 아니라, 한 생의 종료를 알리는 조용한 종소리와 같다. 태엽은 정해진 만큼만 돌아간다. 감긴 만큼만 살아 숨 쉬고, 한 번 감기면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시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심장, 혹은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태엽이 멈추는 순간은 곧 삶의 끝, 감각과 기억, 사랑과 이야기의 완전한 침묵을 뜻.. 2025. 4. 15.
2025년 1학기 문학연구방법론 요약하기 말해지지 않은 것의 자리에 말을 놓기 위하여― 문학비평, AI 시대, 그리고 나의 감각오늘은 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하나의 격렬한 문장이 쓰인 날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인용되었고, 나는 그 순간 책상 앞에서 숨을 죽인 채 역사의 진실이 마침내 말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 침묵과 분노,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나날 속에서, 나는 오직 하나의 진실이 외면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탄핵 인용이라는 짧고도 단단한 선언이 화면 너머로 들려왔을 때, 나는 가슴이 터질 듯한 흥분과 감격 속에서 기쁨을 어쩌지 못했다. 손끝이 떨렸고, 마음 한복판이 환하게 무너졌다. 이것은 단지 정치적 사건이 아니었다. 이것은 말해지지 않던 것들이 마침내 말해지기 시작한 .. 2025. 4. 4.
현대 시론 과제 『시론』 제1장 정리 복수전공인 국문과의 수강과목 ‘현대시론’의 첫 번째 과제로 삼지원(三知院)에서 출판된 김준오님의 『시론』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시론』 제1장을 정리하면서 나는 시라는 장르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이 되었다. 시는 단순히 감정을 토로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었고, 언어를 다루는 고유한 철학이었으며, 무엇보다 존재를 드러내는 섬세한 예술이었다. 시를 모방, 표현, 효용, 구조의 관점으로 나누어 사유하는 일은 마치 하나의 풍경을 여러 빛깔의 렌즈로 번갈아 바라보는 일이기도 했다. 각기 다른 각도에서 그려진 시의 얼굴은 상반되면서도 서로를 보완했다. 그리고 그 복잡한 구조 속에서 나는 시의 매혹적인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동일화의 원.. 2025.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