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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단상 - 꿈속에서 날개를 달아요.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09. 10. 5.

어젯밤 먼나라에 있는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 이모 저 동현이에요."

동생이려니 생각하고 전활 받았는데 조카의 목소리가 먼저다.

"동현이가 누군데. 너 누구야."

짐짓 모르는 체 하고 계속 물으니

"저 박동현요. 동현이에요." 답답한듯 자꾸만 자기 이름을 말한다.

그만해야지 싶어

"그렇구나 , 사랑하는 동현 , I  love you, 동현."

" 이모, 저도 I  love you.  I   miss you."

" 정말 이모 보고 싶어. 나도 Miss you. 우리 꿈속에서 만날까 ."

" 꿈이 뭐예요."

" 잘때 잠시 딴 나라로 가는 것."

" 전 딴나라 가 본 적 없는데요."

내가 너무 여섯살배기 아이에게 무리한 말을 하고 있었다.

" 아니야. 동현이가 잘 때 이모를 많이 보고 싶어하면 꿈을 꾸게 돼. 꿈속에서는 동현이가 날개를 달고

이모에게 올 수 있지. 바다와 산을 건너서 말야."

" 날개가 달려요."

"그럼 가끔 이모는 꿈속에서 날개달고 하늘을 날아 동현이를 만나는데

넌 생각이 안나나 보지."

내 엉뚱한 말에 동현이는

" I love you. 이모. 엄마 바꿀께요."

조카는 이해할 수 없는 이모의 말에 답답했는지 얼른 엄마에게 수화기를 넘긴다.

 

요즈음에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를 읽는 중이다.

1권 55쪽에 보면 " 과거에 주술은 사물에까지 영혼을 부여 했지만, 우리의 과학은 영혼까지도 사물화 한다."

쓰여져 있다.

잠시 태초에 아름다움이 있었던 원시 시대로 이동해 보자.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두 발로 설 수 있게 만든 건, 별을 볼수 있게 하기 위해서 였다는 그 옛날로.

그당시 사람들 눈앞에 몇개의 별들이 모여 왕비 카시오페이아가 되고, 장수 오리온이되고, 무시무시한 전갈이되어 넓은 밤하늘에는 무한한 상상이 펼쳐지고, 세상에 펼쳐진 모든 것들에서 정령들을 찾는다. 수목의 정령, 풀의 정령, 바람의 정령, 바다의 정령, 모든 동물들의 정령, 심지어는 돌의 정령들까지도 그들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무한대이다. 그 무한대의 원시적 상상력을 지금 현재 우리의 세계로 이환할 수 있다면  우리 영혼의

사물화의 퇴행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다. 동시에 우리의 무의식속에 내재되어있는  원시성을 다시 복원할 수 있다면 좀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 어떻게,,,?

 

바로 상상력의 복원이다. 내가 조카에게 해 주고 싶었던 꿈속에서 날개를 달고 보고 싶은 이모에게 이동할 수 있는 "상력의 복원"말이다. 우리는 너무 바쁜 일상중에 내몰려 잠시나마 하늘의 별을 보며 달을 보며 이룰 수 있는 이야기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우리아이들에게 원시의 신화들을 찾아준다면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준다면 그들의 무 감동 무 감각적인 물질의 세계에서의 탐닉의 속도를 좀 줄이게 될수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적에 고전읽기 대회가 있어 읽었던 그리스 로마신화속에서 혹은 우리의 전통 설화속에서 나오는 이야기 들을 통해  나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의 여행을 했던 기억을 한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주인공에 나를 대비해 놓고 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추억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가끔씩 지금도 나는 산길을 걸으며 맘에 드는 들꽃앞에 앉아 인사를 나눈다. 아니 베란다에 놓인 다육이들하고 아침인사를 나누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들려주며 좋지 않니? 묻곤한다.

예쁜 우리 조카에게 나는 많은 정령들의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맑은 가을 햇살의 정령들이 시월의 바람의 정령을 만나 내 앞산에 펼쳐진 숲의 정령들과 만나 수선수선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 보다.

오늘 아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