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 시안을 확인했다.
네 권의 표지가 화면 위에 나란히 펼쳐졌을 때, 잠깐 멍했다. 분홍빛 봄, 수채화처럼 번지는 흰 여백, 깊은 초록 위로 솟는 현, 물결치는 오선.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것들이 드디어 눈앞에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나왔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다.
이 자리까지 오는 데 혼자가 아니었다. 아홉프레스 박지현 작가님이 내가 미처 채우지 못한 편집의 빈자리를 메워주셨고, 가제본 주문도 그분의 손을 통해 이루어졌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그 손길이 고맙고 또 고맙다.
2주 후면 박지현 작가님으로부터 직접 책을 받게 된다. 내 손으로 펼쳐볼 수 있다. 그 생각만으로 벌써 가슴 한쪽이 두근거린다. 2주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그래도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가제본이 손에 들어오는 날이 기다려지면서도 — 이 책을 독자들이 손에 들어줄까. 무명작가의 이름 석 자를 믿고 펼쳐봐 줄 사람이 있을까.
아직 책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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