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이 용감을 부르는 초짜 편집자는 오늘도 ai와 씨름하며 책 표지 만드는 아이디어를 모았고, 책 뒷표지에 독자를 유혹하는 시를 지었고, 책의 내지 편집을 하며 작가의 말을 썼다.
고독하지만 충만된 시간이었다.
책의 뒷표지)
흩날리는 것들에 대하여
벚꽃이 지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한 잎 한 잎이 아니라
한꺼번에, 온몸으로
제 생을 던지듯 지는 것을.
금수는 그렇게 살았다.
기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그녀의 몸 안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 하나가 있었다.
사랑했다.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 사람을.
기다렸다.
돌아오지 않는 날들을.
춤을 추었다.
모든 것을 잃은 날에도.
일제강점기 군산의 골목을 걸으며
그녀는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 살았는가.
무엇을 위해 버텼는가.
그 버팀이 과연 아름다웠는가.
그 물음은 금수의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책을 손에 든
당신의 것이기도 하다.
벚꽃은 진다.
그러나 진 자리에도 봄은 온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묻는다 —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작가의 말을 쓰면서 눈시울이 화끈거렸다. 금수의 이야기인지, 나의 이야기인지 — 어느새 경계가 흐려졌다.
작가의 말
꽃은 피기 위해 지지 않는다. 그러나 벚꽃은 핀 순간 이미 지고 있다. 그 덧없음이 오히려 눈부시고, 그 짧음이 오히려 오래 기억된다. 소설 속 주인공 금수의 삶이 그러했다.
이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었다. 나의 첫 장편소설이었다. 처음이라는 말이 품고 있는 설렘과 두려움을 고스란히 안고 금수를 만났고,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오랜 시간을 함께 걸었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면서, 그렇게 금수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 앞에 서게 되었다.
소설 속 지명 하나가 있다. 해평리. 광월산이 품은 옥구 상평의 옛 지명 중 하나다. 나는 그곳에서 자랐다. 마을의 풍경은 광월산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 속에 참으로 고즈넉했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로부터 광월산 골짜기에 오랫동안 자생하는 차가 있었다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 그리고 일본 사람이 남기고 간 일본식 가옥 몇 채와 아름들이 벚나무들이 흐드러졌던 그 풍경은 아직도 내 안에 고요히 잠들어 있다. 역사 의식이 전혀 없었던 유아기 때의 기억은 어쩌면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는 순수한 경이로움이었다. 벚꽃이 필 때면 나는 그 아래 하염없이 앉아 미래의 세계를 꿈꾸었고, 언젠가 이 마을을 글로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채로 살았다. 이 소설은 그 오랜 마음이 마침내 자리를 찾은 것이기도 하다.
금수는 기생이었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그녀를 기생으로 쓰지 않았다. 춤과 소리에 조선의 혼과 얼을 담으려 했던 한 예인으로, 사랑하고 기다리고 끝내 상실을 견뎌낸 한 여자로 썼다. 기생이라는 사회적 낙인은 그녀의 삶을 규정할 수 없었다. 시대의 폭력도, 권력의 음모도, 배신과 이별도 그녀의 예술혼을 끝내 꺾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으로, 해방에서 전쟁으로, 전쟁에서 냉전으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는 금수의 삶을 쉼 없이 흔들었다. 그리고 그 역사의 한복판에 군산이 있었다. 수탈과 저항이 교차하던 그 도시의 골목과 항구와 들판 위에 금수의 발자국을 새기면서, 나는 내가 나고 자란 땅의 이름을 비로소 제대로 부르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을 쓰는 내내 나는 금수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가 울 때 함께 울었고, 그녀가 춤출 때 함께 숨을 멈췄다. 소설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녀의 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벚꽃은 진다. 그러나 그 자리에 봄은 남는다.
금수야, 잘 가거라.
김 은
군산 월명서가에서
책이 월명서가의 매대에 오를 날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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