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찾고 있었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 그렇게 검색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돈키호테’였다. 군산 영화시장 안쪽, 다소 낡은 골목에 자리한 작은 스페인 음식점인 돈키호테의 리뷰는 엇갈렸고, 공간도 협소하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끝내 꿈을 향해 나아가던, 돈키호테, 그 고집스럽고도 순수한 인물의 이름에 끌렸고 나는 모험하듯 그곳을 찾아갔다.
가게는 정말 작았다. 테이블은 세 개뿐이었고, 유럽풍 감성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인테리어는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소박함이 공간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처음 방문하는 자리였기에 3인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메뉴 구성은 꽤 알차고 균형 잡혀 있었다.
가장 먼저 나온 건 토마테스 라마였다. 방울토마토와 보코치니 치즈를 마리네이드한 샐러드로, 상큼한 산미와 부드러운 치즈가 입맛을 깨워주었던 식전 요리로서 훌륭했다. 이어 나온 감바스 알 아이효는 올리브 오일과 마늘 향이 진하게 배어 있었고, 탱글한 새우가 바게트와 잘 어우러졌다. 새우 머리를 함께 넣었던 까닭에 구수함마저. ㅎㅎ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는 빵 한 조각마다 스페인의 풍미가 느껴졌다.
알본디가스, 로제소스에 담긴 미트볼은 의외로 깊은 맛을 냈다. 토마토의 산미와 크림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었고, 미트볼은 촉촉하면서도 단단했다. 소스가 진해서 와인과도 잘 어울렸다.
베렌헤나 레예나, 모짜렐라 가지구이는 이 집의 정성이 가장 잘 느껴지는 메뉴였다. 가지의 식감이 살아 있었고, 치즈는 과하지 않게 녹아들어 있었다. 담백하면서도 풍미가 깊은 요리였다.
멘타이코, 명란 크림 파스타는 세트 메뉴 중 가장 한국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요리였다. 명란의 짭짤함과 크림의 고소함이 잘 어우러졌고, 면의 익힘도 적절했다.
이 요리들과 함께 곁들인 하우스 와인은 가볍지 않은 바디감과 은은한 향을 동반해 음식과 잘 어울렸고,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식사 내내 우리는 일상 속 각자의 이야기들을 꺼냈다. 그리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음식보다 더 따뜻했고, 그 순간만큼은 시간도 조용히 멈춰 있는 듯했다. 그 조용한 공간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고독을 조금씩 나누었다. 그것은 위로였고, 회복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이곳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은 여행지 같았다. 그 여행은,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더 깊고 따뜻했다.
다음엔 꼭 빠에야를 시도해 보고 싶다. 이번엔 세트 메뉴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 덕분에 다시 찾아갈 이유가 생겼다. 어쩌면 그건, 이곳이 나에게 남긴 작은 미완의 여운일지도 모른다.
돈키호테. 그 이름처럼, 이 작은 레스토랑은 현실의 무게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크지 않지만 단단했고, 조용하지만 깊었다. 나는 그곳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의 속도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나만의 길을 걸어갈 힘을 얻었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좋은 시간, 그 순간은 조용히 내 안에 남아 오래도록 따뜻한 빛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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