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예찬론 ― 혼밥의 위로
중간고사가 끝난 날이었다. 시험지를 마지막으로 제출하고 교정을 빠져나오는 길, 나는 문득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다. 특별한 기념은커녕,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시간이 필요했고 결국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 차를 끌고 나와,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결국 선택한 건 국밥 한 그릇. 그것도 소고기 국밥.
혼자였다. 소박한 식당 안,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주문을 마치고는, 창문 너머로 봄의 끝자락을 걷는 젊은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시험을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그들은 웃고 떠들며 무리를 지어 지나갔다. 그 모습은 어쩐지 아득하게 느껴졌고, 나는 마치 다른 계절 속에 있는 사람처럼 고요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제는 내게도 특별한 날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기억되는 어떤 기념일. 그러나 그 의미 앞에서조차 혼자 밥을 먹는 처지라는 게 이상하게 더 쓸쓸하게 다가왔다. 젊음은 저만치 가고, 나이는 어느덧 곁에 와 있었다. 특별한 날이라, 특대를 주문했다. 나는 국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나 자신이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묻고 있었다.
국밥은 참 다정한 음식이다. 고명도 거창하지 않고, 담긴 그릇도 소박하다. 그러나 그 속은 진하고, 김은 쉬지 않고 피어난다. 고명 위에 놓인 대파 몇 줄기와 도톰하게 썬 고기 조각들, 뽀얀 국물 사이로 퍼지는 고요한 온기!
어제 저녁 내가 마주했던 그 국밥 한 그릇의 풍경은, 마치 나를 조용히 안아주는 장면 같았다. 한켠엔 김치와 깍두기, 풋고추와 부추무침이 놓여 있었고, 그조차도 어딘가 단촐하면서도 충분했다. 국밥 앞에선 굳이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속을 데우고 나면, 마음도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누군가와 나누지 않아도, 묵묵히 나를 받아주는 음식.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국밥 같은 무언가를 품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혼자라는 감정을 꿀꺽 삼키고 나면, 그 자리엔 아주 조용한 위로가 남는다.
이 글은 그렇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한 그릇의 국밥에 대한 작은 찬사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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