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밤이 깊도록, 아니 새벽까지 깨어 있다. 홀로 설정한 프로젝트를 완수하느라, 어둠이 밀려오고 다시 물러가는 시간을 노트북 앞에서 맞이한다. 침대에 누워도, 명료한 의식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생각들이 차례로 떠오르고, 머릿속을 파도처럼 덮친다. 밤이 깊어질수록 사유는 더욱 날카로워지고, 나는 그 흐름을 온전히 감당해야만 하는 날들이다.
오늘은, 아니 어제였지! 오래된 친구들을 초대한 날이었다. 몇 년 만의 일이다. 고작 세 네 시간 눈을 붙인 채, 몽롱한 기분으로 부엌 앞에 섰다. 손끝에서 차려지는 음식은 마치 과거의 기억을 한 겹씩 걷어내는 의식과도 같았다. 샐러드와 김밥, 미역국과 라따뚜이. 참으로 소박한 메뉴들! 테이블 위에 정성껏 접시를 놓고, 멋을 부려봤다.
모셔둔 와인의 코르크를 천천히 뽑으며 물밀 듯 밀려드는 감정의 회오리들, 와인 향이 퍼지는 순간, 묻어두었던 추억들이 잔을 채우듯 서서히 피어올랐다. 낮술의 호사라니! 무한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잔 속으로 스며들다 끝내는 정처없이 공간을 떠돌았다.
그럼에도 수다는 끊이지 않았다. 각자의 삶에서 명쾌하지 못한 감정들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 순간이 황홀하다고 말했다. 친구가 피식 웃으며 내 말을 되받아쳤다.
"넌 늘 말하는 시점이 어쩜 한결같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라고 또 말할 수 있는 거니?"
순간, 그 질문이 나를 오래도록 따라다녔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세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현재가 최고의 순간이라고 믿고 싶은 무의식의 강박. 결핍과 갈망이 끊이지 않아도, 나는 매 순간 내 삶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아니, 설득해야만 했는지도.
하지만, 정말 아무렴 어떠랴. 순간을 최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 욕망이 결국 내 삶을 긍정하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겠는가. 마치 촛불이 점점 줄어들면서도 가장 밝게 타오르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언젠가 눈을 감는 그 찰나에도 나는 중얼거릴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그것이 비록 자기기만이라 해도, 끝내 내가 믿고 싶은 것은 바로 이 감각이다. 그래야만 삶이, 이 끝없는 밤들과 낮술 같은 순간들이, 기어이 아름다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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