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월명시선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석해
익숙한 길거리들에
카메라의 렌즈를 조준했지.
난 긴 골목길의 익숙한 표정과
빛과 그림자가 엉킨 풍경들을
특히 좋아하는데,
셔터를 누를 때마다,
누군가, 어디선가 꼭
나를 부르는 것만 같은
착각 속에 빠져 멈칫거리곤 했어
80장이 넘는 사진 중에 간신히
한 장을 사진를 골랐네. ㅎㅎ
그리고 되지 않는 끄적임으로
내 마음에 무늬를 새겼넹.
빛과 그림자의 무늬
“잔설 깃든 골목을 거닐다
너를 불렀지.
착각 속에 숨을 고르며,
휘돌아 달려오는
네 메아리가
바람에 흩어지는 기억을 붙잡았지.
골목 어귀 그림자와 빛이 엉킬 때,
네가 웃고 있는 듯했어.
멀리서 닿아오는 발자국 소리,
혹시 너일까?
기대에 가슴이 뛰었지만,
텅 빈 골목만이 나를 감싸안았지.
잔설 위에 나만의 발자국,
고요 속에 네 이름을 속삭이며,
바람에 실려 너에게 닿기를 바랐어.
그것이 간절한 소망이라면,
나는 얼마나 오래 이곳에 서 있어야 할까?
너 없는 시간과 공간,
남은 체취가 나를 부르듯 스며들어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어.
지우려 애쓸수록 선명해지는 기억,
낯선 골목의 오래된 숨결이
내게 속삭이는 것은 무엇일까?
내 눈물이 마른 자리 위로
언젠가 너의 풀잎이 돋아날까?
사는 것이 어찌 이리 황홀하냐며
웃던 네 눈꼬리에 맺혔던 눈물방울,
다시 흐드러져 피어나 나를 감싸줄까?
바람 끝에 실린 너의 목소리,
언젠가 내 귓가를 다시 적실까?
잔설이 스러진 자리마다
네 웃음이 머물러
사라지지 않는 빛으로 내 길을 비출까?
나는 다만 서 있을 뿐,
떠오르는 그리움의 무늬를 더듬으며,
너의 발자취 위에 다시 피어날 봄을 기다릴 뿐.
가만히 서서, 떠오르는 그리움의 무늬를 만지작거릴 뿐,
네가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피어날 봄을 기다릴 뿐. ”
#나의순간 #나의시점 #월명동걷기 #초짜철학도 #국립군산대학교 #군산대철학과 #lettersfroma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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