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다시 읽는 즈음에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다시 읽는 즈음에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y, 1821년~1881년)

 

1982년이나 83년도쯤, 대학생 시절에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처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깊이 남아 있다. 한 권씩 빌려 읽으며 밤을 새우며, 그 작품의 깊이와 복잡함에 매료되었고, 그 안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인간 본질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던 시절이었다.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었다.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가족 간의 갈등, 신과 무신론의 문제, 그리고 인간 존재의 모순을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했다. 특히, 표도르와 그의 아들들인,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사이의 갈등은 인간 심리의 복잡함과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마치 삶 자체처럼, 그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기도, 한없이 어두운 깊이를 느끼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가 묘사하는 인간 본질의 복잡함이었으며, 그 깊이에서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 이후로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그의 문학적 세계관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 속에서 삶의 모순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때로는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힘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려낸 인간의 심리는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다시 한 번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읽고 싶어 열린책들에서 신간을 구입했다. 처음 읽었을 때의 그 감동과 놀라움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고, 그 깊은 철학적 성찰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를 선사할지 궁금하다. 다시 이 책을 펼쳐들고, 그 안에 숨겨진 진리와 깊이를 차분히 탐구하며, 한층 더 성숙한 눈으로 이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성장한 만큼 더 깊고 풍성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햇살을 받은 눈이 펄펄 날리며 고요하게 흩날리는 풍경 속에 서서, 나는 그 책을 다시 읽을 준비를 한다. 눈꽃이 바람에 실려 떠내려가듯, 나의 생각들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 고요한 풍경 속에서, 내가 머물고 있는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진다. 차가운 공기가 내 숨결을 가르고, 그 속에서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세계와 다시 한 번 깊이 만나고 싶다. 나는 그들의 갈등을 상상하며, 각기 다른 인물들의 내면을 사유하고자 한다. 드미트리의 방황과 갈등, 이반의 지적이고 철학적인 논쟁, 알료샤의 순수한 신앙, 그 모든 인물들이 마치 내 곁에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다가온다.

 

한편으론, 이 고요한 눈의 풍경 속에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자신을 깊이 돌아본다. 그들의 갈등과 성찰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마주하며, 내 소설 속 인물들이 어떻게 이들과 교차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드미트리처럼 자유롭고 방탕한 인물을 내 이야기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이반처럼 이성과 지성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사유하는 캐릭터가 내 이야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일으킬지를 상상한다. 알료샤처럼 내면의 평화와 신앙을 찾으려는 캐릭터는 어떻게 내 이야기 속에서 살아 숨 쉴지를 고민하며, 그들의 목소리와 내면의 깊이를 하나하나 쌓아간다.

 

눈꽃이 흩날리는 이 순간, 나는 내 캐릭터들이 이 고요한 풍경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들의 목소리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느낀다.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처럼, 나의 인물들 역시 갈등과 고뇌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안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여정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순간, 나는 그들이 나에게 준 깊은 영감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소설 속 인물들의 생명력을 불어넣어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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