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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인정욕구'에 대해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5. 16.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초짜 철학도의 분투기

 

 



과목: 영화와 철학

 

주제: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인정욕구에 대해

 

 

과목 ‘영화와 철학’ 세 번째 영화로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꿈의 무대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을 감상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린 소년 바넘은 상류층 가정의 딸, 채리티를 알고 지냈는데 어느 날 양복쟁이 아버지를 따라, 채리티의 집을 방문했다가 예절 교육을 받는 채리티를 웃기게 된다. 그것을 이유로 바넘은 채리티의 아버지로부터 뺨을 맞고 쫓겨나지만 둘은 사랑을 키우며 결혼하려고 한다. 채리티의 아버지는 채리티가 바넘의 가난에 질려서 다시 돌아올 거라는 악담을 하지만 결국 둘은 결혼해 딸 둘을 낳으며 가난하지만 소박한 행복을 누린다. 어느 날 바넘이 다니던 회사의 무역선이 남중국해에서 태풍으로 침몰하면서 파산했고 바넘은 남중국해에 침몰해 있는 무역선단 권리 증서로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1만 달러의 대출을 받아 '바넘의 호기심 박물관'을 차려 거대한 기린의 박제와 루이 16세의 목을 자르는 단두대 등, 기상천외한 것들을 전시하여 박물관을 개관한다. 그러나 열심히 홍보를 해봐도 관람객이 거의 없고 바넘의 딸들은 아버지에게 박물관에 무언가 살아있는 게 필요하다며 유니콘, 인어처럼 사람들이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을 생생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바넘은 그 의견에 따라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었던 왜소증 남자인 찰스, 얼굴에 수염이 수북하게 났지만 노래 하나는 잘 부르는 여자 레티, 전신에 문신이 난 남자, 온 몸에 짐승처럼 털이 난 남자, 몸무게가 227kg인 남자, 키가 거인처럼 큰 남자, 알비노에 걸린 남자, 공중 곡예를 하는 흑인 남매 등을 모아 쇼의 단원을 구성해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일부의 평론가들은 바넘의 쇼에 대해 거짓말투성이에 전부 가짜라고 혹평하고 몇몇 과격주의자들은 바넘의 단원들을 보며 괴물이라고 괴롭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당시 유럽을 석권한 유명 가수, 제니 린드를 찾아가 자신이 이 때까지 가짜만 보여줬는데 한 번쯤은 진짜를 보여주고 싶다고 설득하여 제니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미 전역 투어 사업을 계획하여 제니의 투어는 성공 대행진을 기록하지만, 연심을 품은 제니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자 제니는 투어를 중단하고 유럽으로 돌아가고 바넘의 서커스는 관객들의 좋은 반응과는 별개로 보이콧 시위자들의 난입에 의해 화재가 나고 채리티마저 오해로 인해 바넘 곁을 떠나고 바넘은 빈털터리가 되어 절망하며 홀로 술을 마시는데 이곳으로 서커스 단원들이 찾아와 부모조차 부끄러워서 숨긴 자신들을 양지로 이끌어준 바넘에게 비록 바넘의 의도는 돈벌이였을지 몰라도 자신들에게 가족을 만들어준 것은 사실이라며 그를 위로하는데 이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깨달은 바넘은 더이상 환호와 갈채에만 목말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단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채리티의 마음을 돌리고 다시 새출발을 한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정체성, 자기 수용, 꿈의 추구,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 인간의 인정욕구 등 다양하지만 이 지면은 그중 하나인 ‘인간의 인정욕구’에 대해 고찰해 보려고 한다.

 

인정욕구란 흔히 타인에게 혹은 자신에게 ‘너는 (생존할)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욕구로 생존과 관련된 생리적이고 본능적인 측면보다는 남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자기의 어떠한 종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음으로써 자기가 생존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일이다.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믿음, 다시 말해 자신감이나 자부심을 갖게함으로써 살아갈 맛을 느끼게 하고 삶의 목표까지 생기게 만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장하는 심리적 욕망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이러한 욕구는 남(혹은 스스로 설정한 특정 수준으로 그것은 남이 이뤄낸 어떤 수준)과의 비교나 대결이나 투쟁을 통해 해결되거나 좌절되기도 하고 긍정적인 면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일궈내 그 능력이 좋은 곳에 쓰여 이 세상의 진화에 밑거름이 될 수도 있는데 영화 속에서 바넘은 가난한 가정 출신이어서 채리티의 아버지로부터의 멸시를 넘어서고자, 서커스라는 하급 쇼를 클래식이라는 고급 쇼로 극복하려는 노력과 바넘의 서커스를 구성하고 있는 왜소증 남자인 찰스, 얼굴에 수염이 수북하게 났지만 노래 하나는 잘 부르는 여자 레티, 전신에 문신이 난 남자, 온몸에 짐승처럼 털이 난 남자, 몸무게가 227kg인 남자, 키가 거인처럼 큰 남자, 알비노에 걸린 남자, 공중 곡예를 하는 흑인 남매 등도 모두 타인들로부터의 인정을 받았을 때의 기쁨과 환호를 “This is me”라는 노래 속에 녹이며 당당히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모습들은 타인들을 향한 인정욕구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으며 부정적인 면에서는, 타인보다 높은 계급에 올라 낮은 계급을 무시하거나 군림하는 일과 오른 그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겠다.

 

이러한 인간의 인정욕구에 대해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알렉상드르 코제브(Alexandre Kojève 1902년~1968년 6월 4일)는 자신의 주저인 『헤겔독해입문』에서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주인은 노예에게서 주인으로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 타인이 자신을 인정할 때에만 그 인정은 의미가 있어 주인을 무서워하는 노예가 마음에도 없이 주인을 주인으로 인정할 수도 있는 경우를 대비하여, 진정한 인정을 갈구하는 주인은 노예에게 자유를 주지만 노예는 인정은커녕 주인에게서 도망칠 수도 있다는 점을 들면서 인정욕구를 가진 주인의 딜레마를 지적하며 진정한 인정을 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억지 인정에 만족할 것인가“

를 묻는다. 코제브에 이어 헤겔과 같은 고향 출신인 악셀 호네트(Axel Honneth, 1949년~)는 그의 책 『인정투쟁』과 『물화: 인정이론적 탐구』에서 헤겔의 『예나시대의 실재철학』 속의 “인정 행위 속에서 나는 개별자가 아니다. 나는 당연히 인정 행위 속에서 존재하며, 더 이상 매개 없는 현존재가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현대 사회에서의 사회 갈등은 개인의 자아실현 좌절에 달려있으며, 이러한 개인의 자아실현 여부는 '사회의 인정'에 달려 있으며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유는 항상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욕망과 관련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동양 철학의 맹자에 따르면 인간에게 네 가지 본성적인 마음, 즉 사단이 있는데, 측은지심(惻隱之心다른 사람의 상황을 불쌍히 여기고 안타까워하는 마음, 仁), 수오지심(羞惡之心부끄러움과 수치를 아는 마음, 義), 사양지심(辭讓之心예의와 존경의 마음, 禮),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 智)를 거론하며 수(羞)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이고 오(惡)는 타인의 행위에 대한 미워함인데 타인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바로 수오지심이고 이렇듯 타인을 향한 인정욕구를 인간의 본성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맹자와 대립점을 가졌던 순자 또한 인간의 본질이 인정욕구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는데

누구라도 먼저 의로움을 앞세우고 이로움을 뒤로 하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만일 이 투쟁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영예를 얻게 될 것, 즉 타인에게서 인정을 받게 되어 그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으로 대인과 소인 사이의 인정투쟁을 인정한다.

 

마지막으로 임상심리학자 매슬로우(A. H. Maslow)가 자신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1943년에 발표한 이론인 인간의 내부에 잠재하고 있는 욕구는 상대적 중요성에 따라 가장 기본적인 차원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최고 차원인 자기실현의 욕구까지 5단계의 계층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 · 안정의 욕구, 3단계 사회적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기실현의 욕구 등으로 구분하며 4단계인 존경의 욕구는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명예심을 얻고 싶어하는 인간의 인정욕구이며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정욕구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능의 하나인 ‘인정욕구’를 인정하며 강조하는데 반면에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철학자도 있었다.

 

바로 전국시대 송견(宋鈃)이라는 철학자는 인정투쟁 자체를 무력화시키려고 노력하며 타인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내재화된 체제의 명령을 극복하라고 부르짖는다. 그에 따르면 인정욕구에서 벗어나는 순간, 당연히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존경받으려고 가장 놓은 곳, 혹은 가장 앞선 곳에 서려는 인정투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인정욕구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송견의 이러한 견해는 그가 살았던 전국시대의 전쟁들, 다른 나라의 군주가 자신을 인정하는 않는 걸 치욕으로 여기면서 발생했던 수많은 복수전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고 패전의 수치를 잊지 않기 위해 어느 군주는 땔나무 위에서 잠을 잤고 다른 군주는 쓰디쓴 쓸개를 핥았다는, 개개인뿐들만 아니라 당시의 군주들도 모두 인간의 인정욕구에 지배를 받았던 시대상으로부터 얻은 교훈일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영화 속 주인공 바넘의 인정욕구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려는 그의 피땀 속에서 빛을 발했지만 결국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형태로 쓰디쓴 패배를 맛보게 하며

그의 인생에 망치를 휘두른다. 반면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했던 서커스단원들은 관객들의 호응과 박수에 힘입어, 자신감을 되찾고 자존을 지키는 존재들이 되어 인정욕구의 적절한 보상에 행복해하며 당당해져 간다.

 

이렇듯 인간의 본능 속에 도사린, 인정욕구의 허와 실은 영화 속에서 극명하게 대립하며 관객들에게 그 실체를 사유하게 하는데, 이 지점에서 나에게 도사린 나의 ‘인정욕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나는 누구에겐가 매우 실망하고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자 내가 화를 낸 가장 큰 이유는 상대에게 나를 인정해 달라는 절심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멋지게 대우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나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니 나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고 예의를 차려달라”는 마음이었는데 이것 또한 나를 인정해달라는 ‘인정욕구’의 발로로부터 시작된 분노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니, 이것 또한 부질없음을 통감했는데 즉 실제로 타인의 인정이 모래성처럼 허망하다는 것이 분명하고 나를 인정하는 것은 상대의 몫이니 화를 낼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고 할까, 다만 이제부터라도 어떤 상대라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음에 화를 내기보다는 내가 무엇이 부족한가? 다시 한 번 물으며 상대의 인정욕구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길 기대하는 시간, 내 마음에 찾아온 평화에 기대, 남아 있는 이승의 소풍날들을 즐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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