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여년 만에 받은 답신,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타자기 자판을 먼저 배우며
이런저런 알바로 극복해야 했던
내 청춘의 한 시절은
누구나 그렇듯
수없는 좌절과
근거 없는 희망으로 점철된 날들이었고
그 무지한 희망 때문에
어쩌면
남들이 살아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그럭저럭 버티며
간신히 도착한
2000년 초 즈음
아마, 결혼과 더불어
발견한 새로운 삶은
물질적으로 좀 풍성했을까,
내가 경험했던
내 청춘에 대한 보상으로
한 달에 한 번 씩,
나는 누군가에 편지를 쓰곤 했다.
그가 감당했을 청춘의 무게를
단지 1gm이라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일 년, 아니면 2년?
그리고 어느 시점에 잊었다.
20여 년이 넘었을 듯한 며칠 전,
놀랍게도 나는
내 소소한 편지에 대한 답신을 받았다.
인생은 신비하고
삶은 내밀해서
수없이 작은 것들로도
여전히 찬란할 수 있다는 사실 앞에
가슴이 따뜻해졌고
내 소소했던 삶이
이 답신으로
은은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같았다.
고맙다, 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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