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이사크 바벨
이것은 우리 파견대의 소년 쿠르듀코프가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를 내가 받아쓴 것이다. 이 편지는 기억해 둘 만한 것이어서 나는 꾸밈없이 옮겨 써두었고, 사실에 따라 한 문장 한 문장을 그대로 전한다.
소중한 어머니, 예브도키야 표도로브나. 이 편지의 첫 줄에 하나님 덕분에 제가 살아 있고 건강하다는 것을, 저도 당신에게서 듣고 싶은 그 말을 먼저 전합니다. 또한 땅가지 고개 숙여 절합니다.
소중한 어머니 예브도키야 표도로브나 보세요. 내가 부됸니 동무의 붉은 기마대에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대부 니콘 바실리치도 여기에 계십니다. 그분은 지금 붉은 기마대의 영웅이지요. 그분이 나를 정치 파견대로 데려 갔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읽을거리나 신문들 – 모스크바 공산당 신보, 모스크바 프라브다, 그리고 친근하지만 날카로운 붉은 기병지 –을 전선에 배포한답니다. 붉은 기병은 모든 전투원들이 제일 먼저 읽고 싶어 하지요. 이것을 읽고 나면 그들은 영웅심이 고양되어 파렴치한 지주들을 베어버리지요. 저는 니콘 바실리치 곁에서 매우 잘 지냅니다.
자애로운 어머니 예브도키야 표도르브나, 뭐든 좋으니 되는대로 좀 보내주세요. 얼룩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바실리 쿠르듀코프가 받을 수 있도록 부됸니 동무의 정치국으로 소포를 보내주세요. 날마다 저는 배를 주리며 잠자리에 듭니다. 입을 것이 없어서 무척이나 춥습니다. 답장에 저의 스툐파에 대해서도 써주세요. 슽ㅅ파는 죽었나요, 살았나요? 부탁드려요. 그 녀석을 잘 보살펴주시고, 제게 그 녀석 소식을 알려주세요. 발을 아직도 저는지 안 저는지, 앞발의 옴은 여전한지, 도 편지는 받았는지요. 자애로운 어머니 예브도키야 표도로브나, 비누로 말의 앞발을 계속 씻어주길 부탁드려요. 비누는 제가 성화 뒤에 두었답니다. 만일 아버지가 비누를 다 써버렸다면 크라스노다르에서 사세요.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보살펴주실 것입니다. 여기 생활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나라는 너무 가난해요. 농부들은 우리 붉은 독수리들을 피해서 자기 말들을 끌고 숲으로 숨어버렸습니다. 밀은 보기도 힘들고, 있다 해도 너무 작아서 웃음만 나옵니다. 지주들은 호밀과 귀리 농사를 짓지요. 홉은 지지대를 대고 재배해선지 쾌 제대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걸로 밀주를 만들곤 합니다.
아버지에 대해 쓰겠습니다. 1년 전, 아버지는 표도르 티모페이치 쿠르듀코프 형을 죽였습니다. 파블리첸코 동무의 붉은 부대는 로스토프 시로 진격했는데 그때 우리 분대에서 배신행위가 발생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때 데니킨 부대에서 중대를 지휘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를 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제정시대처럼 메달을 달고 계셨다고 합니다. 배신행위의 결과로 우리는 모두 포로로 잡혔고, 아버지는 표도르 형을 발견하고는 인두겁을 쓴 짐승이라는 둥, 붉은 개, 개새끼라는 둥 하면서 표도르 형이 죽을 때까지 온종일 칼로 찔렀습니다. 그때 저는 우리 표도르 형이 십자가도 없이 죽은 사실을 어머님께 편지로 썼었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제게서 편지를 배앗고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녀석들은 같은 어머니에게서 나왔지. 네놈들은 화냥년의 뿌리에서 나왔어. 내가 네 어미에게 씨를 뿌렸고, 또 부릴 거야. 나는 이미 끝난 인생이지만 정의를 위해 내 씨를 근절해 버리겠어.“ 저는 구세주 예수처럼 이런 고난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직후 전 아버지에게서 도암쳤고 파블리첸코 동무가 지휘하는 저희 소대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부대는 보르네시 시로 가서 보급받으라는 명령을 받았고, 거기서 말, 배낭, 권총 등 필요한 모든 것들을 보급받았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보로네시에 대해 말하자면, 이 작은 도시는 정말 화려한 곳입니다. 크라스노다르보다 조금 크고, 도시 사람들이 매우 멋집니다. 수영할만한 강도 있지요. 우리는 하루 800그램의 빵과 200그램의 고기, 필요한 만큼의 설탕을 지급받았습니다. 일어나서는 설탕이 든 차늘 마실 수 있었고 그런 식으로 저녁도 먹어서 배고픈 걸 몰랐습니다. 점심에는 세묜 티모페이치 형에게 블린이나 거위 고기를 먹으러 가곤 했고, 그리고 나서 누워서 쉬곤 했답니다. 그 즈음 부대 전체는 몸을 사리지 않는 용기를 가진 세묜 티모페이치를 지휘관으로 삼길 원했기에, 결국 부됸니 동무는 그를 지휘관으로 임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은 말 두 필, 때깔 나는 제복과 별도의 마차를 받았고 붉은 깃발 훈장까지 받았습니다. 저도 그의 곁에서 대접을 잘 받았습니다. 이제 이웃 사람 누구라도 어머니를 모욕한다면 세묜 티모페이치가 그 사람을 분명히 죽여버릴 겁니다. 그 후 우리는 메니킨 장군을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적군 수천 명을 죽였고 흑해 쪽으로 쫓아내긴 했지만 아버지는 어디서도 찾츨 수 없었습니다. 세묜 티모페이치는 표도르 형의 죽음을 매우 애통해 했기 때문에 전선마다 돌아다니며 아저지를 찾았지요. 하지만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끈질긴 성격을 잘 아시지요. 아버지는 그 성격대로 행동했습니다. 뻔뻔하게 붉은 구레나룻을 검게 물들이고는 자유민 복장을 한 채 마이코프 시에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주민들 중 누구도 그가 제정시대에 순사를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스스로 드러난다고 하지요. 어머니의 세례 형제 니콘 바시리치가 우연히 주민 농가에서 아버지를 보고 세묜 티모페이치 형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나와 세묜 형, 그리고 우리 마을 출신의 몇몇이 말을 타고 200킬로미터를 내달렸습니다
우리가 마이코프 시에서 무엇을 본지 아세요? 후방은 전방과는 전혀 따판이었으며 그 도시는 반역행위와 유대인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마치 제정시대처럼 말입니다. 세묜 티모페이치는 마이코프 시에서 유대인들과 대판 싸웠습니다. 그들은 아버지를 내주지 않고 그를 감옥에 가두고는 상부에서 포로를 죽이지 말라는 지령이 내려왔으며 자신들이 아버지를 재판할 것이니 화를 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죄값을 받을 것이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세묜 티모페이치는 자기의 목적을 달성했지요. 그는 자신이 연대장이며 부됸니 동무로부터 붉은 깃발 훈장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고는, 이러쿵저러쿵 둘러대며 아버지를 내놓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우리 마을 출신 청년들 역시 유대인들을 위협했지요. 세묜 티모페이치는 아바지를 그들로부터 인계받아서 아버지를 채찍으로 때렸습니다. 그리고는 군법에 따라 모든 병사들을 마당에 정렬시켰습니다. 세묜 형이 아버지 티모페이 로디오니치의 구레나룻에 물을 뿌리자, 물들인 수염에서 물감이 흘러나왔습니다. 세묜 형은 티모페이 로디오니치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 저에게 잡히시니 좋으신가요?“
”아니, 좋지 않아.“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세묜 형이 물었습니다.
”그럼 당신이 표도르를 죽일 때, 표도르는 좋았을까요?“
”아니, 표도르도 좋지 않았겠지.“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또 세묜 형이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당신에게 나쁜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니, 내게 나쁜 일이 생기랄 생각한 적 없다. “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그때 세묜 형은 인민들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습니다.
”만일 내가 아버지 손에 잡혔다면 아버지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버지, 우리는 당신을 죽여야겠습니다.“
그러자 티모페이 로디오니치는 뻔뻔스럽게도 세묜 형과 어머니, 그리고 성모님을 욕하고 세묜 형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세묜 티모페이치가 저에게 마당에서 나가라고 했기 때문에 저는 아버지가 어떻게 마당에서 처형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 후 우리는 도시의 노보로시스키 거리에서 머물렀습니다. 이 도시 끝에는 육지가 없고 다만 흑해, 즉 바다만 있습니다. 폴란드 전선으로 진격했던 5월가지 우리는 거기에 머물렀고, 폴란드 소지주에게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당신의 아들 바실리 티모페이치 쿠르듀코프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어머니, 스툐파를 돌봐주세요. 하나님이 당신을 보살피실 것입니다.
이것이 일점일획 바뀌지 않은 쿠르듀코프의 편지다. 내가 받아섰을 대 소년은 가득 채워진 종이를 받아 맨몸인 품속에 넣었다.
”크루듀코프, 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었지?“ 내가 소년에게 물었다.
”저에게 아버진 개였어요.“ 그는 우울하게 대답했다.
”어머닌 좋니?“
”어머닌 편해요. 보고 싶으세요? 우리 가족이에요.“
그는 내게 낡은 사진을 내밀었다. 낡은 사진 속에는 순사의 제모를 쓴, 어개가 넓은 티모페이 쿠르듀코프가 있었다. 구레나룻을 길렀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그는 힘없고 무심한 눈빛을 한 채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유순한 촌 아낙네가 헐렁한 러시아식 카디건을 입고 등나무 의자에 않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밝고 수줍은 표정이었다. 이 측은한 사진의 배경인 비둘기와 rhcdl 그려진 벽앞에 두 건장한 청년이 서 있었다. 그들이 바로 크루듀코프 집안의 표도르와 세묜이었다. 긴 눈썹과 기이하게 크고 아둔한 둥근 눈의 그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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