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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노보그라드 가톨릭 성당/기병대/이사크 바벨/지식을만드는지식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2. 12. 24.

 

 

 

노보그라드 가톨릭 성당

 

이사크 바벨

 

어제 난 도망친 폴란드 가톨릭 신부의 집에 머물고 있는 군사위원장에게 보고하러 갔었다. 부엌에서 예수회 가옥 관리인인 엘리자 부인이 나를 맞이했다. 그녀는 내게 비스킷과 호박색 차를 내주었다. 그녀의 비스킷은 십자가 같은 냄새가 풍겼고, 야릇한 액체는 바티칸의 표독함을 머금고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집 옆에 있는 성당에선 미친 종지기가 치는 종이 울어댔다. 6월의 별들이 밤을 가득 채웠다. 엘리자 부인은 예민한 느낌을 주는 백발의 머리를 움직이며 내게 비스킷을 주었고 나는 예수회의 음식을 만끽했다.

늙은 폴란드 여자는 나를 나리라고 불렀고, 문지방에는 뼈처럼 말라비틀어진 귀를 가진 백발의 노인들이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어둠 속 어디선가 뱀 같은 수도사의 사제복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신부는 도망치면서 부사제 로무알드씨를 남겨두었다.

거구에 콧소리를 내는 고자인 로무알드는 우리를 동무라고 부르며 존중해 주었다. 그는 폴란드가 패배한 지역을 가리키며 누런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곤 했다. 쉰 목소리로 탄식하면서 그는 자기 조국의 상흔을 세곤 했다. 단호히 우리를 배신해서 행군 도중 총살된 로무알드에 대한 기억은 너그러이 잊어버리자, 하지만 그날 저녁 분노에 찬 그는 커튼 뒤에서 폭이 좁은 사제복을 바스락대면서 모두를 주시하고 따라다녔지만, 보드카를 마시기 원했던 사람들에겐 미소를 보냈다. 그날 밤 수도사의 그림자가 집요하게 내 뒤를 밟았다. 로무알드 씨는 첩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주교도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와 럼주를 마셨고, 신부 집의 잔해 밑에는 지금껏 본 적이 없는 물건들의 숨결이 퍼져 나왔다. 교묘히 환심을 사는 그 유혹에 나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 마치 고급 창녀들의 부적과도 같은 자그마한 십자가, 교황의 교서 조각들, 그리고 푸른 비단 조끼 속의 여인들의 색 바랜 편지 뭉치! 나는 그 장소에서 당신을 본다. 연보라색 수도복을 입은 신뢰할 수 없는 수도사를, 부풀어 오른 당신의 양손과 고양이처럼 상냥하지만 무자비한 당신의 영혼을, 나는 당신들 신의 상처도 본다. 처녀들을 홀리는 향기로운 독과 같은 정액이 흘러나오는,

우리는 럼주를 마시면서 군사위원장을 기다렸지만, 아직 그는 사령부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로무알드는 구석에 쓰러져 잠들었다. 그는 자면서 몸을 부르르 떨곤 했다. 창 아래 뜰에선 오솔길이 하늘의 거뭇한 정열 아래로 흘러간다. 파란 번개는 반원형 지붕을 비추고, 비탈 아래엔 발가벗겨진 시신이 나뒹군다. 그리고 달빛이 시신의 벌려진 다리 사이를 비춘다,

이것이 폴란드다. 이것이 오만한 폴란드 왕국의 비애다! 광포한 이방인인 나는 성직자들이 떠난 사원에 누빈 침대보를 깔고 머리에 장서를 받친다. 장서들 속에는 성스러운 폴란드 귀족 이오제프 필수드스키에게 바치는 기도서가 인쇄되어 있었다.

, 폴란드여, 가난한 야만인들이 너의 고대 도시들을 유린하고, 그 위로 모든 농노들의 단결에 관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폴란드 왕국이여, 잠시 동안 저항했던 라드지빌 공작이여, 또한 사페가 공작이여, 그대들에게 저주를!

군사위원장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나는 사령부와 뜰, 성당에서 그를 찾아본다. 열린 성당의 문으로 들어선 나를 부서진 관 뚜껑 위에서 빛나는 두 개의 은회색 해골이 맞이한다. 놀란 나는 지하실로 내려간다. 참나무 계단은 제단으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반원형 지붕으로 치올라 가는 무수한 불꽃이 보인다. 군사위원장, 특수 부대장 그리고 카자크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있다. 그들은 힘없는 내 부름에 대답하고는 나를 지하실에서 끌어낸다. 해골은 교회 예장용 관의 조각으로 밝혀졌고 이제는 그것 때문에 놀라지 않는다. 수색 때문에 모두 모여 있었고, 우리는 수색을 계속한다. 신부의 방에서 군복이 무더기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소맷자락에 새겨진 말 머리 형상이 번득이고, 우리는 박차 소리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야기를 나눈다. 촛농이 손으로 흘러내려 쌓일 정도로 오랫동안, 우리는 소리가 울리는 건물을 돌아다닌다. 귀금속으로 치장된 성모가 생쥐 같은 붉은색 눈동자로 우리 뒤를 쫓는다. 우리 손가락에서 불꽃이 요동치고, 성 베드로, 성 프란체스코, 성 빈센트 상과 그들의 불그스레한 뺨과 새빨갛게 칠해진 곱슬한 수염에 사각형 그림자들이 꿈틀거리며 비쳤다.

우리는 돌아다니면서 수색한다. 상아 단추들이 우리 손에 떨어지고, 반으로 잘라진 성화가 갈라지면서 이끼로 뒤덮인, 동굴로 가는 지하실이 드러났다. 이 고대의 성당은 비밀로 가득 차 있었다. 번들번들한 벽 속엘 비밀 통로와 조각품을 세워두는 공간, 소리 없이 열리는 여닫이문이 숨어 있었다.

, 어리석은 신부여, 구세주 손에 박힌 못 위에 자기 여신도들의 속옷을 걸어두다니, 게단 뒤에서 우리는 금화가 든 가방과 어음이 든 모로코식 자루, 그리고 에메랄드 반지가 있는 파리 양식의 세공 상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우리는 군사위원장의 방에서 돈을 세어보았다. 산처럼 쌓인 금화, 양탄자처럼 깔린 돈, 촛불의 불꽃을 끄는 매서운 바람, 예리자 부인의 눈에 비치는 탐욕스러운 광기, 로무알드의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그리고 미친 종지기 로바츠키 씨가 쳐대는 그칠 것 같지 않은 노호와 같은 종소리.

도망가.’ 나는 속으로 말했다.

병사들에게 기만당한 채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 마돈나에게서 도망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