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일상을 견디는 방법 중 하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일찍 일어나
동네 산을 두 바퀴 쯤 돌면
출근 시간이 얼추 맞는다.
도시락을 싸고
또 하루를 견디자
다짐을 하곤 하는데,
운동을 가지 않는 날 아침은
왜 이리 행복한지!!!
소파에 앉아
빌 에반스나, 키스 자렛,
때론 조성진의 선율을 배경으로
거실에 들어오는 햇살을
가만 응시하다 보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듯...
오늘 아침은 전날 받았던
그림 하나를 지긋이 바라보려니
숙 자매,
미숙, 경숙, 복숙, 영숙과 함께했던
20 여 년 도 지난 어느 날의 여행이 불쑥 끼어든다.
40대 초반이었던 미숙은
노란색 투스카니를 몰고 8도를 누비곤 했었는데
그날은 숙자매와 함께
남해 어느 바닷가를 조망하는 언덕에서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갈 길이 급했고
후진을 하다가
언덕과 도로변 사이에
차의 바퀴가 빠져버렸네. ㅠㅠ
긴급 출동을 불렀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발을 동동거리다
생각해낸 묘안,
넷 중 미모가 단연 뛰어난
경숙과 영숙을 도로변에 세워
히치 하이킹을 시켰다.
말이 히치 하이킹이지,
목적은 차를 구출하는 것,
지체없이 봉고차 하나가
미녀들 앞에 섰고,
홍조 띤 영숙의 하소연에
봉고 차 안
남성들이 우루루,..
도합 8명이
투스카니를 불쑥 들어 도로에 올려놓았다.
이름도 유명한 K그룹 연수팀이라 했나,
20여년이 지난 그때 일이 문득,
이제 영숙은 이시우라는 유명 화가가 되어
가끔 전시회 소식만 알려오고
바느질하는 진메 복숙은
전주로 이사를 가
얼추 사업이 번창하다는 반가운 소문이 떠돌고
포토그래퍼의 경력을 쌓는 경숙만
내 곁에 있다.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하고
음악회를 즐기다,
이런 사진을 찍더니,
그림까지,
찐 선물을 보내왔다.
애매한 재능을 탓하는
작가도 못된 나는,
여전히 어정쩡한 삶을 사는데,
질곡의 세월의 깊이만큼,
지난 일들의 그림자가 깊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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