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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1. 8. 15.

 

 

 

 

새벽 3,

바람이 부나요?

묻는다면,

 

새벽 3,

욕망은 가득해

잠 못 들고. ㅎㅎ

 

 

인간은 결국 질문할 때에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고유한 존재가 자신의 욕망을 발휘하는 형태가 바로 질문이다.(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나는 물었다. 수없이 반복하며.

 

나의 달란트는 무엇인가?

 

욕망이 달란트일까? 그럼 그 욕망은 얼마동안 지속되었을까? 그리고 현재 진행형일까?

 

어릴 적 막연한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절제된 언어로 삶을 표현하며 위로 받을 수 있는. 대학에 들어가 좌절했다. 나에게 재능이 없구나. 그럼 문학의 원류를 공부해야하지 않겠니, 대안을 찾은 것이 중국문학이었다. 한국문학의 원류가 중국문학이라 생각했으니.

 

그 후 내 꿈, 욕망은 지속되었을까?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읽었지만 내가 시인이 될 가망성이 없다는 것에 좌절했고, 다만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어느 날부터 내 가슴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상에 떠돌 수 있도록 꺼내 달라 아우성쳤다. 깜짝 놀랐다. 무작정 썼다. 무식하게 내뱉었다. 답답하던 속이 시원해졌다. 답답하던 내 삶에 희미한 빛이 보였다.

 

나의 달란트, 나의 욕망, 나의 꿈. 무모한 용감함에 때론 좌절한다. 구시대의 문법으로 새시대를 묘사할 수 있나? 나의 벽이다. 달걀로 바위치기다. 아프다. 그래도 쓴다. 언젠가 그 바위에 흠집이라도 낼 수 있기를, 그 틈 사이로 이름 없는 꽃이라도 피기를 희망하며. 내 욕망의 발화, 곧 그것은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고유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말한다.

 

최진석, 우리 시대의 철학자.

그는 지금 우리에게 철학이란 무엇이고 철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통해.(21세기 북스)

 

 

 

 

 

 

책소개(알라딘에서)

철학서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철저히 뒤흔들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탁월한 사유의 시선개정판이 출간됐다. 다른 철학서들과 달리 철학의 탄생과 의미를 파고들며, 더 나아가 삶의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했던 이 책은, 우리에게 인문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했다.

 

새롭게 출간된 개정판은 신선한 디자인과 양장 제본으로 소장 가치를 더했으며, 최진석 교수의 명료한 메시지가 더 강렬하게 다가오도록 문장과 내용을 면밀히 손보았다. 또한 초판이 출간된 이후에 전개된 국내 사회 정치의 현실과 전 세계의 정세 변화에 대한 소론까지 서두에 추가하여 논의의 넓이와 깊이를 더했다.

 

우리는 생각하는 만큼 볼 수 있고, 보는 만큼 행동하며, 행동하는 만큼 살 수 있다. 철학은 개인에게는 꿈을, 국가에는 미래를 담보한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시선의 높이가 곧 삶의 높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탁월한 사유의 시선으로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좀 더 선진화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준다.

 

 

군산 독서모임: 문학으로 철학읽기 8월의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

 

질문1. 당신은 당신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가?

(종속적인 삶을 살고 있다면, 그 이유는? 주도권을 가지려면? )

 

: 나는 나의 삶에 비교적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일회성, 비반복성 의 순간으로 이뤄져 있다고 믿으니까.

 

 

질문2. 세상을 향해 어떤 문제의식을 느낀 적이 있는가?

(문제를 제기하고, 어떻게 해결 혹은 대응했는지 사례)

 

: 왜 약하고 순진한 사람이 더 당해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을 발견할 때가 있다.

더 강해져야하고 영리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한계를 느낀다.

자주 무력감에 빠진다.

 

 

질문3. 나에게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은?

: 자주 느낀다. 인터넷 셔핑과 책을 통해 많이 해소하고 때론 주위에 묻는다.

 

 

 

질문4. 당신은 어떤 꿈을 꾸었었나요?

지금 그 꿈은 어디에 있나요?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왜 지금 여기에 그 꿈이 없을까요?

왜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지금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아니면,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 내 꿈은 명확하다. 그러나 수없이 반문한다. 진정인가, 라고.

꿈을 이루는 과정이 성과보다 중요하다 변명 같은 변명을 종종 한다.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라는 생각으로.

실현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여하튼 가는데 까지 가보기로 한다.

 

 

 

질문5. 당신을 당신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

 

 

질문6. 우리시대의 아픔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아픈 시대를 구하기 위해 내 위치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

 

: 약자들의 서글픈 시대.

익명으로 사는 누군가에게 그 삶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하고 싶다.

그것이 꿈 이므로 내가 현재 하는 일이 진행과정이다.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들

 

P. 6~7

앎이 늘어갈수록 내 자유가 공동체의 자유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개인적인 삶의 의미가 우주의 넓이로 확장되는 것이 바로 완성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추상하는 능력으로 힘을 발휘하며 사는 인간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을 동양의 선현들은 천인합일天人合一 등의 어법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이라면,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찾기보다는 시대의 병을 함께 아파한다.

 

P. 7

새롭고 위대한 것들은 다 시대의 병을 고치려고 덤빈 사람들의 손에서 나왔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진화한다. 이것은 또 나의 진화이기도 하다. 내가 시장 좌판에 진열된 생선이 아니라 요동치는 물길을 헤치는 물고기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표현된다. 나는 눈뜨고 이렇게 펄떡거릴 뿐이다.

 

P. 9~10

철학 수입자들은 창백한 이론을 진실이라고 하지, 울퉁불퉁한 역사와 육체를 진실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들은 사유를 사유하려 들지 세계를 사유하려 들지 않는다. 이와 달리 철학 생산자들은 직접 세계를 사유한다. 사유를 사유하지 않는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구체적으로 울퉁불퉁한 것을 보편으로 승화하는 일이지, 다른 데서 생산된 창백한 보편을 가져와 그것으로 자신의 울퉁불퉁함을 재단하는 일이 아니다.

 

P. 74~75

철학적인 높이로 상승한 단계의 사람들은 어떠할까? 바로 전면적인 부정을 이야기한다. 전면적인 부정이 새로운 생성을 기약한다. 새로운 생성은 전략적인 높이에서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자신이 직접 그 길을 여는 일이다. 스스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결정하지 못하는 한 종속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종속적인 삶을 사는 한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스스로의 삶을 꾸리거나 효과적으로 사회를 관리하지 못한다.

 

P. 108~109

철학적 지식,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 철학은 기실 명사와 같은 쓰임을 갖고 있지만, 동사처럼 작동할 때만 철학이다. 자신의 시선과 활동성을 철학적인 높이에서 작동시키는 것이 철학이다. 그래야 창의력이나 상상력이나 윤리적 민감성이나 예술적인 영감 같은 것들이 가능해진다.

 

P. 118

인간은 결국 질문할 때에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고유한 존재가 자신의 욕망을 발휘하는 형태가 바로 질문이다. 그래서 질문은 미래적이고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대답은 우리를 과거에 갇히게 하고, 질문은 미래로 열리게 한다.

 

P. 153

반역은 기존의 것에 저항하는 것, 이미 있는 것보다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더 궁금해 하는 일이다. 아직 오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려는 도전, 이것이 반역의 삶이다. 모든 창의적 결과들은 다 반역의 결과다.

 

 

P. 154~155

꿈을 꾸거나 꿈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우선 무모해야 한다. 무모함을 감당할 배짱이 없이는 꿈을 꿀 수 없다. 결국은 용이다. 꿈은 가 아니라 에 있다. 앞에 있는 것은 기존의 익숙한 문법으로 해석 될 리 없다. 그 굼이 이루어지고 형설될 새 문법에 의해서만 해석도리 수 있다.

꿈은 문법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문법을 만드는 일이다. 인류를 번영시키고 인류에게 큰 영감을 주는 창의적 성취를 이룬 영웅들이 가능과 불가능 사이에서 시소를 탄 적이 있던가? 그들은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고유한 욕망으로 자기 인생을 채우지 기존에 있는 문법이나 논리로 그것을 해석하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곳으로 그냥 건너갈 뿐이다.

 

꿈은 나만의 고유한 원동력에서 생긴다.

 

는 꿈을 꿀 때 비로소 참된 로 존재한다.

 

 

P. 157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내가 한 인간으로 잘고 있는지, 독립적 주체로 제대로 서 있는지, 누군가의 대행자가 아니라 로 살고 있는지, 수준 높은 삶을 살고 있는지,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높이에서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면 된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아니면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꿈이 없는 삶은 빈껍데기일 뿐이다.

 

P. 186

독립적인 인간은 대답에 빠지지 않고 질문한다.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각자의 내면에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다. 그런데 이 궁금증과 호기심은 이 세계 누구와도 동유되지 않고 자신에게만 있는 매우 사적이고 비밀스럽고 고유한 것이다. 이것이 내면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질문이다.

독립적인 인간은 자신을 오로지 자신에게만 있는 힘 위에 세운다. 정해진 어떤 이론이나 가치관, 어떤 질서에도 양보하지 않고 오직 자기를 자기이게만 하는 것 위에 서 있을 때, 이 사람을 비로소 독립된 주체라고 한다. 이때 발휘되는 그 사람만의 힘이 바로 궁금증과 호기심이다.

 

P. 187

관찰의 능력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궁금증과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큰 사람은 관찰을 하고, 호기심이 작은 사람은 하지 못한다. 관찰을 유지시키는 힘, 그것이 바로 집요함이고 몰입이다. 인생의 승패는 자신을 이 몰입의 단계까지 집요하고 끌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좌우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발휘하여 진실하게 보고, 거기서 더 나아가 집요한 관찰을 통해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몰입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아주 높은 단계다.

 

 

P. 190

고독을 자초하는 독립적 주체가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지고 어떤 것을 집요하게 관찰하면 그것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관찰자는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되는;, 이것이 경이. 경이는 익숙함과 결별하는 확실한 신호다. 독립과 고독은 이때 완성된다. 모든 철학서에 철학이 경이로부터 시작된다고 쓰여 있는 이유다. 경이로움 속에서는 가장 익숙했던 것이 가장 생소해진다.

 

P. 195

'참인간은 오리무중 속에서 홀로조화로운 소리를 듣는다. 장자는 계속 홀로라는 부사를 사용한다. 대다수가 공유하는 이미 있는문법에 갇히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벗어난 일 수밖에 없다. 광활한 우주에 홀로 우뚝 선 사람이다. 모든 창조자들이 유일한 사람이자 고독한 사람이 아닐 수 없는 이유다. ’홀로남겨진 고독한 사람이 본 밝은 빛조화로운 소리는 이전에 있어본 적이 없다. 창조가 일어난 것이다. 이는 자쾌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독립적 주체만이 할 수 있다.

 

P. 197~198

탁월한 인간은 항상 다음이나 너머를 꿈꾼다. 우리가 독립을 강조하는 이유도 독립으로만 다음이나 너머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이나 너머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 불안이 힘들어서 편안함을 선택하면, 절대로 다음이나 너머를 경험할 수 없다. 이때 불안을 감당하면서 무엇인가를 감행하는 것이 용기. 탁월한 높이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불안을 자초하거나 감당한다. 불안을 견디지 못하여 쉽게 믿음에 빠지지 않는다.

 

P. 212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은 편한 길을 애써 피하고, 그 조짐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서 부단히 숙고한다. 그렇기에 힘들고 불안하다. 힘들고 불안한 내면을 극복하고 계속 질문을 해대는 일는 지적으로 부지런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창의적 결과는 독립적 활동은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지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질문을 발휘하는 능력이 점점 퇴화되어 궁금증과 호기심도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은 불편함을 이겨내고 질문을 생산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기 때문에 궁금증과 호기심이 살아 있다.

지적인 편안함에 빠져들면 들수록 인간은 급격히 늙어간다. 반면 궁금증과 호기심이 살아 있다면, 그는 결코 늙은 사람이 아니다.

 

P. 214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인격이다. 창의성은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튀어나오는 것이다. 인격이라는 토양에서 튀어나온다. 삶의 깊이와 인격적 성숙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다.

 

P. 216~217

자기살해를 거친 다음에야 참된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등장한다. 참된 인간을 장자는 진인(眞人)’이라고 한다. ‘무아(無我)’도 글자 그대로 자신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참된 자기로 등장하는 절차 다. 그래서 무아는 진아(眞我)’와 같아진다. 진인으로 새롭게 등장한달지 진아로 우뚝 서는 일을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그것을 반성이라고도 하고, 각성이라고도 하며, 깨달음이라고도 한다. 자기살해 이후 등장한 새로운 ’, 이런 참된 자아를 독립적 주체라 한다.

 

P. 221

자기 안에 오로지 자기만 남긴 상태를 동양의 많은 고전에서는 허심(虛心)’ 혹은 무심(無心)’으로 표현한다. 외부로부터 들어와 자기를 지배하는 기존의 정해진 가치관을 버리고 오직 자기로만 자기를 채우는 것을 뜻한다. 처음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형성된 것이라 해도 이미 고정되어 이제는 자신을 고착화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사실은 이미 외화(外化)된 것으로 취급하고 과감히 버려야한다. 이렇게 해야 내가 비로소 나의 주인으로 등장한다.

 

P. 222

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은 확립된 가치나 이념에 사로잡혀 그것들을 반성 없이 그대로 적용하고,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은 이미 확립된 가치나 이념을 넘어서려고 노력한다. 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은 종속적 주체일 가능성이 크고,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은 능동적 주체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은 편협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P. 224

주인으로의 삶을 사는 자신은 이기적이거나 폐쇄적일 수 없다. 흔희들 쉽게 숭배하는 보편적 이념이나 사회적 신념 등과 같이 낡고 굳은 가치관을 벗어던지고 난 다음에 남는 존재 상태가 바로 참된 사람으로서의 자기 자신이다. 참된 사람은 폐쇄적으로 자신을 지배하던 믿음 체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개방적이다. 참된 자아의 존재를 지탱하는 것은 기존의 신념이나 이념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자신에게만 있는 궁금증이나 호기심과 같은 활동성일 뿐이다, 이 사람은 익숙한 이념이나 신념 등을 변화하는 세계에 억지로 강요하는 폐쇄적 활동을 하지 않는다. 굳어진 생각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유동적 전체성으로서의 세계를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P. 225

정해진 믿음 체계에 갇힌 사람은 평생 낡은 세상 한 귀퉁이를 잡으려 노력하거나 이미 낡아 빠진 것과 옳고 그름을 다투느라 정력을 소진한다. 하지만 자신으로만 존재하는 개방적 자아는 낡은 것과 싸우는 데 정력을 쓰지 않고 새로운 것을 여는 일에 몰두한다. 어느 쪽이 자유이고 참된 삶인지는 이미 명확하다.

 

P. 236

이미 정해져 있는 이념이나 신념을 수행하거나 지키려는 것보다 자신의 덕을 활동시키려 애쓰는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능동적 주체다. 종속적 주체는 자신이 주인 자리를 신념이나 이념 혹은 가치관에 양보한 상태다. 그래서 진정한 자아와 자신을 이끄는 자아가 분리되어 있다. 이런 분리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발적이고 책임성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P. 250

우리는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지()에 매몰되어 한편을 지키는 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해와 달을 동시적 사건으로 장악하는 명()의 활동성을 동력으로 삼아 차라리 황무지로 달려가야 한다.

 

P. 275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고 거기에 몰두하는 일이 적토성산(積土成山)’이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행운이나 선물이 바로 카리스마. 내공이 갖춰진 내면은 향기처럼 발산된다. 우리는 우선 각자의 향기를 준비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P. 281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철학이다. 정해진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진리를 대하는 태도일 수 없다. 자기만의 진리를 구성해보려는 능동적 활동성이 진리를 대하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