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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폴 오스터의 신탁의 밤(열린책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1. 6. 12.

하루 만보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같은 코스로 걷는 산책길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즐겨 듣는 팟캐스트,

오랜만에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편을 선택했다. 서가 어디인가에 꽂혀있을 것이라는 기억 덕분에. 1부를 듣고 집에 돌아와 아무리 책장을 둘러보아도 달의 궁전이란 책은 없다. 보이는 것은 신탁의 밤과 빵굽는 타자기, 고독의 발명뿐. 오스터의 열풍에 사놓긴 했는데 도무지 읽은 기억이 없어, 있는 책이니 하는 마음으로 신탁의 밤부터 읽기 시작, 반나절하고 좀 지난 밤이 되어 휘리릭 읽고 말았다. ,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세 겹으로 겹쳐진 소설적 구성으로 초반엔 좀 헛갈리기도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을 주었다. 이야기 속의 닉 보언에 대한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까, 그것이 제일 궁금했는데, 끝내 대답을 해주진 않았지만 화자의 인생이야기에 낚여버렸다.

 

허구, 지어낸 인생이 예언적 현상으로 현실 속으로 스미는 듯한 인상 속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연결적 요소들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한 원인이었던 듯, 스토리 텔러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오스터의 나머지 책들도 완독해보자, 결심을 일으켰던 ...

 

 

 

폴 오스터의 신탁의 밤(알라딘 소개)

 

폴 오스터의 최신 장편소설 <신탁의 밤>(2003)은 폴 오스터가 즐겨 다루는 주제인 글쓰기의 의미, 허구와 현실의 관계, 우연과 시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치명적인 사고에서 막 회복된 작가 시드니 오어가 브루클린의 한 문방구에서 포르투갈제 파란 노트를 구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드니는 아내의 대부이자 선배 작가인 존 트로즈의 제안으로, 죽음 직전의 순간을 경험한 '닉 보언'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쓰게 된다. 소설 속 인물인 닉은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탁의 밤>을 읽는다.

 

폴 오스터는 시드니 오어의 이야기를 하고 시드니 오어는 닉 보언의 이야기를 쓰고 닉 보언은 실비아 맥스웰이 쓴 <신탁의 밤>을 읽는다. 이렇게 세 겹으로 겹쳐진 이야기를 통해 폴 오스터는, 우리에게 허구가 예언적이며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구체화시키기도 한다는 것, 세상은 생각처럼 온건하고 질서 있는 곳이 아니며,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폴 오스터의 작품세계가 조금씩 변화하려 하고 있다는 조짐을 엿볼 수 있는 책.

 

 

 

 

폴 오스터 (Paul Auster)

마법과도 같은 문학적 기교로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칭호를 부여 받은 바 있는 폴 오스터는 유대계 미국 작가로 미국에서 보기 드문 순문학 작가다. 1947년 뉴저지의 중산층 가족에게서 태어났다. 콜럼비아 대학에 입학한 후 4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으며, 1974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1970년대에는 주로 시와 번역을 통해 활동하다가 1980년대에 스퀴즈 플레이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 문학에서의 사실주의적인 경향과 신비주의적인 전통이 혼합되고, 동시에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명상적 요소가 한데 뒤섞여 있어, 문학 장르의 모든 특징적 요소들이 혼성된 <아름답게 디자인된 예술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문단, 특히 프랑스에서 주목 받고 있으며,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폴 오스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뉴욕 3부작은 탐정 소설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3편의 단편을 묶은 책으로, <묻는다>는 것이 직업상의 주 활동인 탐정이라는 배치를 통해 폴 오스터의 변치 않는 주제-실제와 환상, 정체성 탐구, 몰두와 강박관념, 여기에 특별히 작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여러 함의-를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계속 사건을 추적하지만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탐정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거나 짓궂은 우연의 장난에 휘말리던 끝에 결국 <자아>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닥뜨리게 된다.

 

오스터는 지금까지 모턴 도언 제이블상, 메디치상, 오스트리아 왕자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2006년에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