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보아온 영화들의 감독은 주로 빔 벤더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테오 앙겔로풀로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를 포함한 이제 다소 클래식한 색채를 띠는 이들을 비롯하여 지아장커, 왕가위, 장예모, 이창동, 전수일에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추가한다.
히로카즈는 배두나가 출연한 공기인형이라는 영화에서 요시노 히로시 씨의 <생명은>이라는 시를 인용한다고 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여를 품고
그것을 타자로부터 채운다.”
이 문구를 읽는 순간 좀 눈물이 났다. 히로카즈의 영화의 세계를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개를 끄덕였다.
히로카즈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내가 좋아하는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 환상의 빛을 원작으로 한 <환상의 빛>이다. 영화는 감정적 수식을 배제한 고정된 카메라의 롱쇼트라는 히로카즈의 스타일을 예고한 작품이다, 라고 평을 받는데 나는 한 편의 시극을 본 듯한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바닷가에 이르기만 하면 이 영화의 장면이 스쳐갈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 뒤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을 보며 그의 팬이고자 하는 나의 욕동을 실현시켰는지 모른다. 그가 발표한 작품들에 훨씬 못 미쳤지만, 이제부터 그가 발표한 모든 작품을 감상해보겠다, 결심하는 참이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 드라마를 통해 죽음과 기억, 상실과 부재라는 테마를 주로 다뤄온 감독이라 알려진 자주 비직업 배우를 기용하여 그들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방식으로 극영화를 만들어왔다고 하며 그가 취한 소재는 현실에 바탕을 둔, 대부분은 비극이라 말할 만한 것이지만 비관이나 냉소에 기울지 않고 궁극적으로 인간 내면의 힘을 긍정하는 것에 이르는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데, 특히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라는 오늘의 책 제목처럼 작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인간 내면의 깊은 것들을 건드리는, 영화를 보고 나면 오랫동안 생각을 곱씹게 하는 영상을 그려낸다. 작고 내밀한 것들이 드러났을 때, 세상은 훨씬 살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그의 수줍은 미소만큼 속삭이는 듯, 그의 책을 읽었다.
오늘의 책,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는 앞부분보다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중반 부분에서 더 속도를 내게 한다. 얼마 전 마음산책판 키키 키린의 말을 읽었을 때만큼 감동적이지 않았지만, 여하튼 영화에 임하는 히로카즈의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다. 다음 책으로는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라는 2017년 판 도서도 읽어볼 일이다.
또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는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아이유가 출연한다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그의 영화 <브로커>가 기대된다. 히로카즈와 동시대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내가 앞으로 볼 히로카즈의 영화들이다.
<또 하나의 교육, 1991년>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1991년> <그가 없는 8월이, 1994년> <기억을 잃어버린 때, 1996년> <디스턴스, 2001년> <원더풀 라이프, 2001년> <아무도 모른다, 2005년> <하나, 2007년> <잘 지내도록 : Cocco 끝나지 않은 여행, 2008년> <걸어도 걸어도, 2009년> <공기인형, 2010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년>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년> <이시부미, 2016년> <환상의 빛, 2016년> <태풍이 지나가고, 2016년> <세 번째 살인, 2017년> <어느 가족, 2018년>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2019년> <브로커(가제,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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