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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최진영의 장편소설 <내가 되는 꿈>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1. 4. 16.

 

 

 

 

 

언제부턴가, 나는 최진영의 소설을 볼 때마다 작가의 말을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의 쓰기에 대한 절박함이 내 마음에도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 일게다.

 

작가는

존재를 지우고 싶을 만큼 상처 깊은 한 여성이 유년 시절부터 함께 지냈던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외면했던 과거와 마주보고 나라는 존재, 나와 얽힌 관계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장편소설 <내가 되는 꿈>에서도 이런 언급을 한다.

 

나는 한 명뿐이라고 생각하면 막막하다. 이 삶을 혼자서 책임져야 한단 말인가? 그럴 때 여러 나이의 나를 떠올린다. 일곱 살, 열다섯 살, 스물세 살, 서른여섯과 마흔여덟 살, 쉰아홉 살, 기타 등등의 나를. 스스로가 너무 못마땅해서 끈적끈적하고 희뿌연 기분에 잠겨 버릴 때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와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나는 무겁게 지쳐 있으나 거기 나는 상심을 털어내고 웃고 있구나,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힘이 난다. 책임감이 조금씩 단단해진다.

다양한 시간, 다양한 공간, 다양한 우주에 내가 존재한다면...... 어떤 세계에서 내가 슬퍼할 때 다른 세계에서 나는 기쁘다. 저 세계에서 내가 삶의 경이로움에 빠져 있을 때 그 세계에서 나는 전력을 다해 삶을 저주한다. 무수한 나는 나라고 말할 수 없고 유일한 나는 찰나의 찰나. 우즈는 아주 넓고 깊고 신비로우므로 내가 유일하든 무수하든 상관없을 테고, 허무하긴 마찬가지다. 허무를 잊지 않으면 낙관할 수 있다.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담대해진다. 괴팍한 불안이 혼자 지껄이도록 내버려두고 소설을 쓸 수 있다. 쓰다보면 견딜 수 있다.

 

나 또한 7, 20, 40, 50, 60, 지금도 여전히 삶이 불안해 두렵고, 여하튼 허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고 조금은 더 살아있을 것이고 쓰다보면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간직하고 싶은 날이다.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팽이』『겨울방학』,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끝나지 않는 노래』『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구의 증명』『해가 지는 곳으로』『이제야 언니에게』『내가 되는 꿈』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