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가을을 함께 맞을 수 있을까?
이제는 가슴 속으로 수를 세는 일이 많아졌다.
노동에 지친 몸은
푹 쉬고 싶은데
억지로 끌려 나온 나들이
여름 끝 무렵 휴일이라 그런지
아쉬운 여름을 만끽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애틋하면서도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지울 수 없다.
살아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찾으러
발버둥쳤던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의미보다는
그저 잘 견디는 것이라는 것을
알 나이가 되었다.
견디긴 하는데
여유와 품위와 기쁨을 가졌으면
무에 더 바랄 것이 있으랴?
어느 결
흘러 흘러 가다보니 만난 풍경
절정에 이른 꽃무릇의 찬란함마저
슬프다.
천년 고찰을 배경으로
한 시절을 피고 젖을 것이 분명한데
세월의 수난을 어떻게 견뎠을까?
묻고 싶을 만큼
자연의 의연함과 지혜를 담고 싶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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