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으로
걱정만 앞서는 즈음,
1인의 확진자도 없는 코로나 청정지역 푸켓에서
동생 부부가 귀국했다.
건강 이상으로
한국에서 치료하려고 귀국했는데
65세 이상인 시댁으로 갈 수도 없고,
혼족인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
자가격리 2주를 위해
내 집을 내주고
나는 가까운 원룸으로 잠시 이주를 했다.
헐, 티비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원룸이라니,
분명 구비 되어 있다했는데,
한다다(주말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둘째치고
장마철을 지나오며 비워둔 원룸은
곳곳에 곰팡이투성이다.
하루종일 창문을 열어놓고
보일러를 돌렸는데도. ㅠㅠ
“누나, 누나한테도 작은 누나한테도 미안하다.”
직장 관계로 멀리 떨어져 있는 막내가
한 잔 술을 했는지,
감성적인 언어로 다가 온다.
“내 마음은 작은 누나
우리 집에서 격리하라 하고 싶은데,
직장 다니는 와이프도
학생인 딸도 있으니
선뜻 내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겠더라.
작은 매형한테 무지 미안해서
며칠 뒤척거렸네.”
“미안하지 않아도 돼.
아무리 가족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네가 혼자 몸이 아니잖아.
난 혼자 있으니
조금 불편한 거 나눠 가지면 되지.
내가 하는 게 옳아.”
막내동생의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위로해보지만
본인의 심정은 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사실
나와 여동생은 오랫동안 소원했다.
속 좁은 내가
원망하는 마음을 가져
멀리 했었는데
동생의 초비상 건강 이상 앞에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한 결정이었다.
이런 마음이
인지상정,
핏줄의 당김인 것을
체감하는 즈음이다.
그나저나
아무 일 없이
2주가 빨리 지나가
동생의 건강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라기만 할뿐...
“원룸에서 지내기 불편하지?”
“짐 가지고 좀 왔다갔다 하는 것 빼놓고
오히려 넓어서 좋다, 야.”
진심이다.
원룸보다 넓은 우리 집엔
세간살이로
발 디딜 틈이 부족한데
세간살이 없는 원룸이
대궐 같다.
널찍한 방바닥에
일주일 치 반찬을 펼쳐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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