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 자박 내리는 빗소리가 유난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내리는 비의 색깔에 따라 가지 가지의 심상이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내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 정신이 더 명료해지기 때문인것 같다.
정신이 더 또렸해져서 나를 들여다 볼수 있어서 좋다.
나이 사십이면 불혹하고 오십이면 지천명한다는데,
<40세 :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50세 :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불혹의 나이를 지나 이제 지천명에 이르렀는데 나는 아직도 인생을 헤메는 듯싶다.
지난 세월 생각해 보면 피나게 산것 같은데
들여다보면 남아있는 것은 가지가지 색깔의 어슴푸레한 기억뿐인 듯 싶고...
도대체 무엇이 지금까지 내 삶을 버터온 근간들이었나 의문이 든다.
이것인가 싶다가도 저것같고 저것인가 싶다가도 이것같고
인생의 확신 같은게 아무래도 내 것은 아닌갑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지만
뭔가 있을 것 같은 인생 , 그것이 뭘까? 암만해도 모르겠다.
나도 누구처럼 '관계'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으면 좋겠다.
근데 난 그렇질 못하다.
그렇다면 '자아 욕구 실현'
ㅎ ㅎ ㅎ ....
무슨 욕구가 그렇게 많이 있다고...
나는 이제 오십을 목전에 두고
오춘기의 '질풍노도의 파도' 속을 헤메고 있다.
아득하고 두렵기 조차 하다,
이때쯤 되면 모든 것이 안정돼 누리기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외부의 모습은 완벽한 성이 되었는데 내부의 '자아'는 그야말로 백치상태인듯 싶다.
어젯밤 너무 확신에 차 열변을 토했던 말들을 오늘 생각해 보면 그것이 아니다.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Frei aber Einsam) 나는 그렇게 또 혼자 저벅 저벅 오늘 밤도 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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