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똥을 눕는데 갑자기
" 나는 들쥐다. " 라는 생각이 듭디다.
어릴 적 시골에 살적에
추수가 막 끝난 논엔 노젖가리가 쌇이곤 했답니다.
그때쯤은 친구들과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때로 몰려다니며 이삭줍기를 하곤 했는데
어슬녁 집에 돌아가려는 찰나엔
어김없이 쏜살깥이 이곳 저곳으로
내빼고 있는 실하게 생긴
들쥐들을 만나곤 했답니다.
집에서 자주보는 생쥐들에 비해
통통하게 살집이 오른 덩치큰 이놈들을 만나곤 하면
끼-약 비명을 지르곤 했지만
어느 놈은 그 순간에 소리에 놀라
딱 멈춰서 큰(?)눈을 뜨고 빤히 나를 쳐다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를 쳐다봤는지,혹은 내가 그를 쳐다봤는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 당시엔 그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럴땐 노젖가리에서 지푸라기를 한 웅큼 잡아빼
그놈을 향해 휘- 던지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놈은 어쩜 호들갑 비명을 지르던 아이가
무척 신기해 잠시 구경을 하고 싶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그때 만난 들쥐들의 이미지가
오늘 아침 '나'의 이미지에 오버랩됩니다.
농부들(지금의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 ...등등)이 부지런히
수확해 세상에 내놓은 농사들을
지금 나는 너무 게걸스럽게 잡숫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빨빨거리고 이쪽 저쪽을 기웃거리다보면
온통 천지에 내것이고 싶은 것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갑자기 온 세상이 내가 먹을 것들로 넘쳐나 보입니다.
잠도 자기 싫고
먹는 것도 누굴 만나는 것도
내 식탐에 방해가 될것 같다는 생각이 됩니다.
갑자기 세상에 펼쳐진 온갖 진수 성찬이
다 내것인양 가슴이 빵빵 해졌습니다.
들 쥐의 본성이 내 몸을 타고
이 가을엔 부지런 부지런
온 들판을 누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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