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로 루발카바나 Silencio침묵
우리나라 저술가 중에 제가 믿고 읽는 몇 분이 있답니다. 문학평론가인 신형철교수가 단연 1위이고, 이진우(니체철학자인 포항공대)교수와 바로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라 일컬어지는 김용규 선생님입니다. 요즈음에는 김용규 선생님의 철학카페 시리즈에 매료되어 4권 째를 읽고 있는데,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어느 책이든,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고개를 끄덕이며 되새김질을 한답니다.
오늘 제가 되새김질한 부분은 괴테의 파우스트가 왜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는가, 하는 김용규 선생님의 믿고 읽는 사유였답니다.
아시다시피 파우스트 박사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지만 자신의 욕망과 쾌락을 쫓아 젊음을 되찾는 대신에 자신의 영혼을 팔겠다고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합니다. 그 후 그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지하세계로 내려가고, 살인까지 감행함에도 불구하고 메피스토펠레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결국 구원에 이른 것은 자신의 내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실현하고자하는 그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죄악과 슬픔과 절망을 견디면서 다시 희망을 품고 폭풍 같은 일생을 헤쳐 나온 것 때문이라는 일리 있는 주장을 펼쳤답니다. 저는 이러한 선생님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제 전공이었던 중문학에서 배웠던 삶의 이치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왕수인이 주장한 심즉리(心卽理) 설입니다.
만물의 이치는 성에 구현된다는 성즉리(性卽理)설을 주장한 남송의 주희의 사상에 반해 정은 환영(幻影)과 같은 것이며 본심이 天理(천리)임을 믿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자고 하여 心卽理(심즉리)설을 주장한 육구연의 사상을 왕수인은 성과 정을 모두 포함하는 마음 자체가 곧 천리라는 주장을 펴는 양명학으로 완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왕수인의 심학은 맹자의 학문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맹자는 사람의 본성을 선한 근거로 보고 “모든 사물의 이치가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 고 함으로써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를 선한 자아의 회복에 두고 있으며 자아의 회복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사람이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良能(양능)이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 수 있는 것이 良知(양지)이다.”라고 하여 사람에게는 양지, 양능이 있기 때문에 마음의 이치에 따라 살게 되면 그것은 곧 하늘의 이치에 따라 사는 인간의 바른 도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입니다. 이 양지, 양능설을 확대 심화시킨 것이 왕수인의 심즉리설이며 인간의 마음에 인간의 감정 욕망까지를 포함하여 설명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서양의 지성과 동양의 지성은 한결 같이 우리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자아실현, 완성을 추구하는 길은 신적인 것을 닮아가는, 진리의 구현이며 구원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사실은 3월 4일 제 포스팅에 사라님이 이런 댓글을 다셨답니다.
“간절하게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아왔어요.”
물론 댓글 인사였는지도 모르지만 이 댓글을 읽고 제 가슴이 아팠답니다. 이건 사라님 탓이 아니고 다분히 제 마음의 투사가 이뤄졌기때문이었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50이 되기 전 까지는 요. 49살에서 50살이 될 때 저는 수없이 자살을 꿈꿨거든요. 겉으로는 호사스런 삶이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모습인데 저는 날마다 죽고만 싶었으니까요. 바로 그것이었죠. 삶의 권태와 무료. 제가 간절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던 삶, 즉 제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살았던, 마음의 이치를 몰랐다는 것이었죠.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니, 마음의 이치를 모르고 마음의 이치를 모르니,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 줄 몰랐던.
오늘 제 마음의 평온이 찾아오니, 사라님의 댓글에 대한 답글을 이렇게 길게 달게 되었습니다. 어디 사라님뿐이겠습니까? 아마 지금도 누군가는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모르며 마음고생을 하고 계신분도 있을 듯 요. 해서 자신의 휑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어쩌면 이 재즈피아를 방문했는지도 모르겠고요. 저 오늘 밤, 너무 꼰대같은 수다 많이 떨었네요. 미안한 마음으로 또 아주 차분하고 우리의 마음을 살살 달래줄 곡 한 곡 놓고 갑니다.
굿나잇 그리고 좋은 꿈도 꾸지 마시고, 푹 주무시길요!
“키스 자렛의 연주에는 광기가, 칙 코리아의 선율에는 매직이, 맥코이 타이너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곤잘로 루발카바에게는 모든 심각함을 가볍게 뛰어넘어 음악 감상을 단순한 즐거움으로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다.”고 삼호뮤직의 재즈 음반가이드는 말하더군요.
그러나 이 곡의 연주를 들어보시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Gonzalo Rubalcaba ( 1963)는 그래미상을 받은 Afro-Cuban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Gonzalo Rubalcaba - Silencio(沈默)
Album - Solo (2006)
"Silencio"는 푸에리코 출신인 Rafael Hernández (October 24, 1892 – December 11, 1965)가 작곡했답니다.
Silencio (Silence) · Gonzalo Rubalcaba
Solo℗ 2006 Blue Note Records. All rights reserved.
Mastering Engineer, Editor: Allan Tucker
Producer, Piano: Gonzalo Rubalcaba
Assistant: Neeraj Khajanchi
Assistant: Brian Montgomery
Mixer: Jim Anderson
Composer: Rafael Hernandez
Silencio (Silence)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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