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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아침 산책길에./ Kenny Drew - Recollections (1989).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11. 1.

  일전에 핫한 소설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작가님, 쓰던 소설이 막힐 때는 어떻게 하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한 청중이 물었다.

   “음”

   소설가는 예의 예상했던 질문이었던지 짧게 웃었다.

   “뭐, 잠도 자고, 산책도 하고 술도 마시고.”

   몇몇이 키득거렸다.

   “두려움 같은 것, 가령 정말 잘 쓰고 싶은데 잘 쓰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은 없으신가요? "

   정작 내가 묻고 싶은 말은 목젖에 걸려 눈치만 보고 있었다. 다행히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살짝 물었다.

  “왜 없겠어요?”

   그녀는 눈을 맞췄다.

   “그럴 땐 어떻게?”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여 있어 다음 질문을 끝내 묻지 못했다. 묻지도 대답도 듣지 못한 나는 오늘 산책길에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했다.

   “그래도 그냥 쓰는 거죠. 쓰지 않고는 못 배기니까요. 두려워도 쓸 수밖에 없다니까요. 쓰는 것마저 하지 않으면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나의 실체를 확증 받을 수 없으니까요.”

   요즈음 잠도 많이 자고 자주 산책을 하며 주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때론 음악이라는 것에 취해 시간이란 것을 느슨하게 확장시킨다. 초초와 불안을 애써 억누르며 일필휘지 쓰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한숨만 나온다. 메말라가는 가슴을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해 수신이 되어지지 않는 연서를 쓰며 자기애에 가득 차 늦은 밤 술주정도 하며 헛웃음을 웃는다. 이 모든 행위들은 오직 글을 쓰기 위한 모드를 유지하기 위함이며 이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현존을 느끼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사실.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현존을 확인받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묻고 싶은 시간이다. 선득선득 시린 바람이 몸으로 마음으로 사정없이 스며드는 즈음, 올연히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긴 겨울밤이 기다려진다.


Kenny Drew - Recollections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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